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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늦은 감이 있지만 밭갈이는 해야....<

by 늙은여우한마리 2013. 6. 10.

2009년 4월 5일

예년보다 늦은 주말농장의 밭갈이.

차일 피일 미루다 보니 밭갈이가 늦어져 버렸다.

농협에 들러 퇴비도 사고 고추비료도 한포 구입하고 농장에 도착해보니, 아직 포천은 추워서인지 산과 들로부터 봄소식을 전해 듣기는 무리인듯 싶었다.

우리만 밭갈이가 늦은것이 아닌지 작년 가을 걷이 이후 그냥 그대로 인채 내 팽겨쳐진 밭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지난주에 마늘이 땅위로 조금씩 올라와 있는걸 보고 짚을 걷어 주었는데 한주 사이에 제법 통통하게 많이 커져있었다.

 

종자용으로 심은 씨마늘도 가늘지만 땅위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눈에 보일락말락 하는 조그만 씨를 뿌렸을 뿐인데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싹을 틔우는걸 보면 신비롭기까지 했다.

올해 씨마늘이 어느정도 커진채로 수확하게 될 지 모르지만 사뭇 기대가 되었다.

오늘은 고추 심을 곳 만이라도 밭갈이를 마쳐야 다음 일정에 무리가 없다.

석회와 퇴비를 밭에 골고루 뿌리고 고추비료와 복합비료 그리고 유에프 복합비료를 골고루 섞어서 밭에 뿌리리고 나서 퇴비를 뿌리고 난 후에 밭갈이를 하기로 했다.

 

바람이 부는데다 석회 가루가 가벼워서 구석 구석 뿌리는데 고생을 했다.

작년 유에프 복합비료가 친환경적이고 지속력이 오래 간다고 해서 비싼 값을 치루고 사용해 보았는데 딱히 좋은 점은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는 복비와 고추비료와 함께 섞어서 고추 심을 곳에 뿌리기로 했다.

 

아무리 친환경이라고 하지만 퇴비 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올해는 틈틈히 부엽토를 긁어와서 모아두었다가 퇴비로 사용할 계획인데 어찌될 지 모르겠다.

그 동안 풀이며 음식물 찌꺼기면 여러가지를 가지고 만들어둔 퇴비를 밭에 골고루 뿌리고, 농협에서 사 온 발효 퇴비도 같이 뿌려 주었다.

농장에 도착하자 마자 두 녀석이 잠자리채를 들고 개울로 가더니 큰 소리로 외친다.

"아빠 커다란 물고기 잡았어요"

'ㅋㅋ 큰 물고기라고 해 봤자 지들 손가락 만한 거 겠지.'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라 진짜로 잡은 물고기 크기가 장난이 아니네 ㅡ.ㅡ;;

 

크기가 20센티는 족히 넘어 보이는 놈을 두녀셕이 잠자리채로 잡았다고 하니 세상에 참...

물고기를 쳐다보며 두 녀석은 승리의 V 를 앞으로 쭉 내밀면서 씩~~ 웃어보인다.

 

세상에나 잠자리채에 잡힌 물고기가 멍청한 것인지 잡은 두 녀석이 솜씨가 좋은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이번에 잡은 물고기는 집으로 오기 전에 다시 개울로 방생해 주었다.

아빠와 할아버지가 밭을 갈기 위해 퇴비뿌리고 비료를 섞고 있는 동안 두 녀석은 자기들이 먼저 밭갈이에 나섰다.

괭이로 밭의 여기 저기를 파 뒤집기도 하고 삽으로 뒤집는 흉내를 내면서....

그러나 그게 얼마나 오래 갈가 싶었다.

흉내만 내더니 이제는 어께에 괭이를 메고 선 "아이고 힘들어~~"하며 은근히 엄살을 부린다.

 

그러더니 두 녀석이 텐트 지주핀을 가지고 망치로 뚝딱뚝딱 거리면서 자기들만의 놀이에 열중이었다.

퇴비를 다 뿌리고 소형관리기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겨우내 별 탈없이 잘 지냈음인지 힘찬 소리를 내며 작업지시 내리기를 기다렸다.

시운전을 몇분하고 드디어 올해 첫 밭갈이를 시작했다.

 

기계가 작고 힘이 없어서 인간의 힘이 좀 들어가긴 해도 거뜬히 자기 몫을 해 주는 농장의 일꾼이다.

배토기로 밭을 갈고 로타리를 쳐 주고 나니 그제서야 한숨이 놓였다.

고추 심을 곳을 다 갈아 두었으니 다음에는 고구마와 땅콩 심을곳과 콩 심을 곳만 밭갈이를 하면 올해 농사 준비 끝인 것이다.

이제부터는 바쁜 농번기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