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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 저러쿵/가족이야기

아빠와 함께 눈사람도 만들고.. (2006년 12월 17일)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6. 29.

2006년 12월 17일

 전날 늦은밤부터 내린 눈으로 인해 주변이 온통 하얀색으로 변해 버렸다.

힘겹게 나뭇가지위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고 있던 마른 나뭇잎들도 눈의 무게가 무거운지 연신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고, 눈이 제법 많이 온 덕분에 아파트 앞에서는 여기저기서 눈사람을 만드느라 분주하였다.

아니다 다를가 아이들이 아침부터 눈사람을 만들러 가자고 보챘다.

밖을 바라보니 눈썰매를 타는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작년에는 눈이 그리 많이 오지 않아서 별로 탈 기회가 없었는데....

 창고에서 자신을 불러 주길 기다리고 있던 빨간 눈썰매.

그놈도 눈이 왔음이 반가웠음인지 썰매를 꺼내드니 환한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아이들을 중무장 시키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눈이 많이 오긴 했어도(약 10 cm는 넘는듯) 날씨가 춥지 않아서 금방 녹아버릴것 같았다.

겨울이 되어서 눈이 쌓이면 항상 찾는 우리들만의 눈썰매장 - 집앞 산에 있는 넓은 장소 - 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은 마냥 즐거운듯 하얀 눈을 뭉치며 아빠를 공격한다. ㅠㅠ

내가 뭐 지들에게 만만했나 보다 ㅡ.ㅡ;;

 산을 넘어 우리들만의 놀이터에 도착하니, 헉 ?????

길이 50 미터는 족히 되었던 썰매장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ㅡ.ㅡ;;

원인인즉 산에 울타리를 쳐서 사람 다닐 길만 남겨두고 사라진 것이다.  에고...

어쩐디야?

아이들이 잔뜩 기대하고 아빠를 따라 나섰는데..

할수없이 잛아지고 경사가 심한 무덤앞에서 썰매를 타기로 했다.

아이들에게는 영 신이 나지 않은지 몇번 타더니 눈싸움을 하자고 아빠를 공격한다.

해서 두녀석과 아빠와의 눈싸움 대결....

ㅋㅋ 지들이 아무리 그래봐야 아빠를 이길수 있을려나.....

하지만 일방적으로 아빠가 이기면 욘석들이 또 어떻게 땡깡을 부릴지......

은근 슬쩍 항복 선언을 하고 눈사람 만들기로 했다.

눈사람을 만들면서 아이들은 눈위를 이리 저리 뒹굴고.....

나도 저런때가 있었나 생각해 보니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그때 그 시절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ㅡ.ㅡ;;

내가 커다란 밑둥을 뭉치고 우현이는 머리를 뭉치고 용진이는 자기혼자 만든다나?.....

밑둥을 만들고 머리를 올려야 되는데 대책이 없었다.

ㅠㅠ 내가 대책없이 머리통을 크게 만들다 보니 들어올릴 힘이 없었다.

우현이에게 같이 들자고 했는데 이놈의 힘으로는 가당찮은 일.

용진이는 도와 주지도 않고.... 

그러고 있는데 걱정이 되셨는지 애들 할아버지가 오셨다.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머리를 얹고 눈을 붙이고 입과 코를 만들고 보니 그럴듯한 눈사람이 완성.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 준 제대로된 눈사람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두어시간 놀고 집으로 오는길에 새로운 썰매장 발견.

예전보다 좋지 않지만 그런대로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즐길만한 길이였다.

이번에는 두 녀석이 여기서 떠나려 하질 않는다.

경사가 그리 가파르지 않고 충분히 즐길만한 길이였는지 두 녀석의 입가에는 환한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다음에 올것을 기약하며 아이들을 달래면서 눈과 이별을 했다.

모르지 또.

두 녀석이 점심먹고 또 나가자고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