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장일기/농장일기

지겨운 장마비...

by 늙은여우한마리 2013. 7. 16.

2013년 7월 15일.

 

사람의 마음..

비 한방울 내리지 않은 날이 지속되다 보면 늘 하늘을 쳐다보며 한방울의 비라도 내려주길 기원하면서도, 막상 비가 내려 쉬지 않고 오게 되면 이제는 그만 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또 쳐다 본다.

이번이 그런 경우가 아닐가?

본격적인 장마가 오기 전까지는 가뭄에 타들어가는 대지를 보면서 비를 기다렸다가, 너무 많이 내리는 비에 또 다시 하늘을 원망하며 애타는 맘으로 발을 동동 구른다.

이것이 농부의 마음은 아닐련지...

작은 주말농장이지만 매년 집안의 먹거리를 손수 재배해서 해결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농부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그렇게 기다리던 비였지만 매일 퍼 붓다보니 농장 걱정에 밤잠을 설치곤 했다.

 

월요일.

그 동안 내리던 비가 약간 주춤했다.

농장 걱정에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아 비가 오고 있음에도 포천 주말 농장으로 마음을 이끌었다.

포천 의료원을 지나 물어고개를 넘어 갈때는,구름이 낮게 산 중턱에 걸쳐 있는듯 비안개 속을 통과해야만 했다.

드디어 농장에 도착...

무슨일이 있을때면 항상 주말농장 초입에서 잔뜩 긴장한다.

피해입은 농작물이 있으면 어쩌나 싶어서...

다행이 밖에서 보이는 농장안 상황은 평화롭다.

강낭콩도 고추도 별 이상은 없어 보였다.

 

농장문을 열고 만사제쳐 놓고 여기 저기를 살펴보니 큰 피해는 없어 보였다.

<주말농장 옆 개울물 - 물이 좀 줄은듯 싶네..>

농장옆 개울은 장시간의 장미비로 인해 금새라도 모든것을 삼켜버릴 듯 으르렁 거리며 무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개울 하수도 공사하는 포크레인들도 비를 피해 있었고, 하수도 관들은 빗물에 휩쓸려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다.

빗물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네.

그 무거운 하수도 관들이 휩쓸린것을 보면...

 

비가 그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비옷을 입고 농장 손질을 하기로 했다.

어머니는 지난주에 풀을 메둔 곳에 들깨를 모종하기로 하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토마토가 장마에 취약하다.

장마가 오면 과다한 수분으로 인해 터져 버려서 못 쓰게 되기 때문이다.

한포기 한포기 조심스럽게 살펴보니 아니다 다를가 터지고 썩고 벌레먹고 난리가 아니다.

겉보기에는 이상이 없어 보이더만 가까이가서 살펴보니 좋지 않았다. 

<벌레먹은 주말농장의 토마토>

특히나 올해는 벌레들이 많이 생겨서 토마토를 다 갉아 먹고 있다.

ㅠㅠ

아직 다 크지도 않았는데 지들이 먼저 맛있게 냠냠 하고 있다니 ㅡ.ㅡ;;

얼마나 많은 토마토를 수확하게 될려는지 의심스럽다.

 

토마토 옆의 강낭콩은 엎어져서 땅에 머리를 쳐 박기도 하고, 때로는 다 익어 잎이 누렇게 말라 버리기도 했다. 

<땅에 고개를 쳐박은 주말농장의 강낭콩>

강낭콩은 좀 일찍 심어야 되는데 역시나 올해도 시기를 놓쳐버려 장마를 맞았다.

쓰러진 놈들은 일으켜 세우기도 힘들정도...

다 익도록 그냥 그대로 두었다가 수확하는 수밖에 없을것 같았다.

 

가장 많은 걱정을 했던 것이 참깨와 고추.

지난주에 참깨 지주대를 세워서 끈을 묶어 주었더니 약간 비스듬히 누워는 있었지만 쓰러진 것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랜 비로 땅이 물러 지주대가 쓰러져서 한번 더 단단히 박아두고 보조 지주대를 세우고 줄을 한번 더 묶어 두었다.

심한 바람만 불지 않으면 이번 장마를 잘 버틸수 있을 것 같았다.

옥수수며 야콘이며 땅콩도 무탈한 듯....

 

고추는 외부에서 보기에 큰 이상이 없어 보였는데, 끈을 묶어 주기 위해 고추밭으로 들어가니 과다한 수분으로 터져버린 고추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장마비로 인해 터져버린 주말농장의 고추들>

비가 이렇게 많이 왔는데 이 정도 피해는 그리 큰 피해는 아닌듯 싶었다.

220그루 중에 3그루가 곁가지가 부러져서 고추 두둑위에서 둥굴고 있을 뿐 나머지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곁가지가 부러진 주말농장의 고추>

고추 역시 끈을 한차례 더 묶어 주었기 때문에 바람만 심하게 불지 않으면 잘 버텨낼 것 같았다.

장마가 지나고 난 후 관리만 잘 해 주면 될 듯 싶었다.

주렁 주렁 많이 달린 고추들이 이쁘기도 했고, 간혹 빨갛게 익은 고추가 눈에 띄기도 했다.

아마도 비가 그치고 나면 붉은 고추가 제법 수확될 것 같았다.

 

장마비에도 농장의 3그루 사과나무는 사과의 몸집을 조금씩 조금씩 키우고 있었다.

<조금씩 커져가는 주말농장의 사과들>

이제는 작은 자두 만하게 커서 주렁주렁 사과가 달린 모습이 확연히 들어나고 있다.

나무 옆에 뿌려 둔 퇴비가 땅으로 스며들어 영양분을 골고루 공급 해서 먹음직스럽게 잘 익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주 한주 커가는 모습에 비와 땀으로 온 몸이 흠뻑 젖어 있긴했지만 마음만은 흡족했다.

 

개울물의 물안개에 농장 주변은 한폭의 수채화를 연상하듯 신비로운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얀 물안개에 쌓인 주말농장 주변>

개울물 소리와 함께 농장주변은 어둠이 맴돌아 하루의 끝남을 알리며 시간을 서산으로 이끌고 있었다.

심한 장마비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음에 감사하며 다음 만날때를 기약하고 주말농부는 어둠과 함께 발길을 옮겼다.

'농장일기 > 농장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추 벌레와의 전쟁..  (0) 2016.09.25
구름속의 파란하늘...  (1) 2013.07.21
사과를 제대로 키워보자.  (0) 2013.07.07
마늘 수확하다.  (0) 2013.07.02
포천시 하천 정비작업.  (0) 2013.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