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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배추 벌레와 고구마 수확

by 늙은여우한마리 2013. 6. 8.

2008년 10월 12일.

이제 완연한 가을날씨다.

해가 짧아서 아쉽기는 해도 덥지도 춥지도 않은것이 일하기에 적당한 기온이다.

애들 엄마가 일을 하는 날이기 때문에 두 녀석을 대동하고 농장으로 갔다.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두 녀석은 늘 그래왔듯이 개울 답사부터 먼저하였다.

그리고는 잠자리채를 가지고 개울로 물고기 사냥을 나섰다.

ㅎㅎ 몇마리나 잡게 되려는지 원.

할아버지를 재촉해서 낚시를 만들어 달라고 하기도 하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배추 밭에 물주기를 먼저했다.

날이 가물어서 그런지 일주일에 한번씩 물을 흠뻑 주어야 되니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번에 충분히 물을 주고 난 후 수확때까지 물을 주지 않을 작정이다.

물을 흠뻑 먹고나자 나풀 나풀 거리는 배추들의 모습이 더 싱싱해 보였다.

지난번 한포기에서 벌레를 몇마리나 잡아내었던 배추는 구멍이 송송 뚫린 흉한 모습이지만 이제는 괜찮은듯 속잎을 채워가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듯 보이는 배추도 자세히 살펴보면 잎에 구멍이 뚫린채 벌레의 시달림을 받는 것이 제법 되는것 같았다.

지난주 50여 마리를 잡은터라 긴장을 늦추지 않은채 오늘도 나무젓가락을 준비해서 배추를 찬찬히 살펴가며 벌레를 잡기시작했다.

놈들과 치열한 숨바꼭질...

꼭꼭 숨어서 눈에 띄이지 않은 놈들이 많았음인지 오늘은 3마리 밖에 잡지 못했다.

 

그 중 한마리는 통통하게 살이 붙어 있는게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303포기 중에 뿌리가 썩어서 뽑아낸 것이 4포기, 성장이 더딘것이 3포기, 잎이 마르고 있는것이 2포기...

제일 잘 자라고 있는 것은 벌레 먹은 표시하나 없이 덩치를 키우고 있었고, 비정상적으로 크는 10여 포기 정도외에는 모두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정도면 현재까지는 순조로운것 같다.

무우며 배추며 갓이며 예전에는 제대로 크지 못했는데 올해는 기분이 좋을 정도로 성장이 받쳐주고 있다.

갓은 너무 잘 커서 걱정스러울 정도이고, 무우는 지금 상태가 작년에 수확했을 때 몸집 정도로 커 있었다.

 

아직 수확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더 크리라 생각이 된다.

매년 작황이 좋지 않았던 고구마.

많이 긴장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2006년 200포기, 작년 400포기, 올해는 500포기를 심었다.

수확이 좋지 않을것을 생각해서 포기수를 늘려 수확량을 늘려보려는 생각에서였다.

다른 사람들은 한포기당 5~6개씩은 달린다고 하는데 우리는 영~~ ㅡ.ㅡ;;

먼저 호박고구마를 캐기 시작했는데 수확량이 제법 나오는게 기분이 좋았다.

한 포기에 2~3개 정도 나왓는데, 이대로만 나와준다면 전체적으로 괜찮을 듯 싶었다.

 

첫 두둑을 다캐고 두번째 두둑을 캐는데 이곳에서는 조금 적게 달렸다.

그런데 특이한건 호박고구마를 심었는데 색깔이 흰색인 고구마가 나왔다.

처음보는 일인지라 신기하기도 하고...

흰색 고구마 2포기를 캤는데 수확은 무려 17개.

우와~

이게 뭔 경우여??

그러나 이것으로 끝.

다음 두둑에서는 포기당 한개 수확도 안 되었고, 밤고구마 두둑 역시 한포기에 한개 정도 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도데체 어찌해야 잘 되는건지 원...ㅠㅠ

가을의 해는 여름보다 많이 짧다.

조금 일을 하는가 싶으면 벌써 해가 서쪽으로 제갈길을 제촉하기 바쁘니 원.

나머지 고구마 두둑은 다음주에 캐기로 하였다.

해가 떨어지고 어둑어둑 해지자 쌀쌀한 기운이 주변을 맴돌고 있고, 손을 씻는 개울물에서는 한기까지 느껴진다.

올해 농사를 마무리지어야 할 때가 얼마 남지 않은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