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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농장의 김장 배추....

by 늙은여우한마리 2013. 6. 8.

2008년 10월 4일.

더 없이 맑은 하늘이 살랑살랑 손짓하는 코스모스들과 어울려 가을이 깊어감을 느끼게 해주는 날이었다.

농장가는 길에 있는 인삼농협 주차장에서는 인삼축제로 시끌벅쩍 거리고 있었다.

벌써 벼베기를 마친 논에서는 볏짚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아직 벼베기를 하지 않은 벼들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이제 얼마있지 않으면 찬바람이 불어오겠지...

예년과 달리 뿌리혹에 강한 CR 배추로 모종을 내어서 그런지 올해는 아무탈없이 배추들이 잘 크고 있다.

 

농약을 거의 뿌리지 않는 터라 배추잎 여기 저기에서는 벌레들의 공격에 구멍에 빠꿈빠꿈 뚫어져 있기도 했지만 잘 견뎌내고 있었다.

밭에 정식하고 2주 정도 지났을 때 벌레들이 많이 생겨서 힘들었는데, 그때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제충국을 뿌려주니 신기하게도 벌레들이 전멸하다시피 했다.

제충국은 국화와 비슷하게 생긴 꽃인데 그 꽃의 잎과 줄기에서 추출한 액이 벨레들을 잡는 친환경 살충제로 쓰이기 때문에 비싼 값을 주고 사서 뿌린것이었다.

 

그렇게해도 살아난 놈들은 배추속에서 속잎을 갈아먹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속이 차려고 하는데 ㅡ.ㅡ;;

나무젓가락으로 배추속을 살피면서 잡아낸 벌레가 무려 50여마리나 되었다.

아직도 잡히지 않은 놈들은 배추속에서 피신해 있으리라...

ㅠㅠ 요넘들을 어찌 잡아야 할고....

메마른 땅에 물을 좀 주고나니 배추들이 더 싱싱해 보였다.

올해 고추농사는 초기부터 실패보는 바람에 집에서 먹을 것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고추를 뽑아내고 사이사이에 갓이며 무우를 심어두었다.

거를기가 많아서 그런지 무럭무럭 잘 크고 있다.

특히 갓은 매년 잘 자라지 못해서 김장할 때 시장에서 사서 쓰곤 했는데 올해는 그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성장이 좋다.

 

무우는 어느새 애들 팔뜩 만하게 자란 놈들도 있어, 뽑아서 무우채를 한다던가 해서 먹는데 무우맛이 달짝지근 한것이 그 맛이 일품이었다.

고추 농사 망치고, 고구마도 작황이 썩 좋지 않고, 콩은 아직도 잎이 시퍼렇게 된 채 열매는 달리지도 않고...

그런 와중에 배추며 무우 갓 등이 잘되고 있으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역시 농사일이란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