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9일
장마비가 토요일 오후부터 제법 많이 내린다고 했다.
그 동안 장마같지 않은 장마인지라 이번에 내린다고 하는 비에는 제법 긴장을 하였다.
비가 오기 전에 서둘러 일을 마쳐야 되었기 때문에...
늘 그렇지만, 농장에는 일거리가 항상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매번 풀을 뽑아주고 하는데도 어찌 그렇게 많은 풀들이 쑥쑥 자라는지 원.
풀들 자라는 속도로 농작물이 자라면 얼마나 좋을가?
발갛게 익은 토마토며 팔뚝보다 더 크게 늙어버린 애호박들.
농장은 여름이 되면서 점점 먹거리가 늘어나고 있었다.
농장 군데군데 심어둔 옥수수가 이제 수염을 길게 드리우며 열매 맺기를 시도하는듯 했다.
옥수수는 심는 시기를 달리해도 먹을수가 있기 때문에 이른봄에 심은 것에서부터 지난주에 옮겨 심은 모종까지 그 크기가 각양각색이었다.
맨 처음 심은 것은 수염을 드리우고, 지난주에 심은것은 성장을 위한 진통을 하고 있었다.
심기는 강원도 찰 옥수수를 심었는데, 농장옆에 대규모로 사료용 옥수수를 심다 보니 교배가 일어나서 그 맛은 좀 떨어진다.
언제나 제대로 된 찰 옥수수를 맛볼수 있을련지...
여느때와는 달리 올해 땅콩은 영 이상하다.
싹이 나와 본격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데도 그 잎이 푸르지 않고 누런 상태라서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지난주에 비료를 좀 주었는데도 아직 그 상태인 듯 했다.
꽃이 피고 있는데 성장이 더딘걸 보니 썩 좋은 작황은 기대하기 힘들것 같은 생각도 든다.
한해 두해 경험이 쌓여 가면서 더 좋아져야 되는데, 영 그렇지 않은걸 보면 주말농부는 어찌할 수 없는 얼치기 농군인가보다.
비가 오기 전에 남아있는 마늘을 다 캐기로 했다.
마늘 종류가 두 종류였는데 오늘 캐야 되는것은 싹이 2주정도 늦게 올라온 마늘이었다.
지난번 것 보다 마늘대가 굵고 실해서 큰 기대를 하고 캤는데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다.
올해는 새끼 마늘을 말려 두었다가 종자로 쓰고자 하는데 어찌될지 모르겠다.
한번도 해 보지 않은 경험인지라 걱정부터 앞선다.
개울에서 물놀이를 열심히하던 두 녀석이 완두콩 수확을 하는 할아버지를 따라 일손을 거들었다.
이제 4학년이 된 용진이는 보다 능숙한 솜씨로 완두콩을 하나 둘 따면서 카메라에 살짝 포즈를 취하는 여유까지 부리고 있다.
우현이는 딸랑 한 대를 따고서는 일 다했다고 농뗑이치고..
사실 완두콩을 늦게 심은데다 싹이 더디 올라와서 수확이 형편 없을것으로 생각했는데 제법 수확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그냥 집에서 먹기에는 괜찮지 않을가 싶었다.
서리에 피해를 입고 진딧물의 공격에 그 생존조차 불투명해서 거의 포기하다시피한 참외 수박.
그런데 참외밭 속에 살포시 숨어서 주먹만한 크기로 자라고 있는 참외들.
얼래.. 이것들이 언제 이렇게 컸지?
자연의 조화로움이 참으로 신기한 것이 아닌가?
열매가 하나도 달리지 않을것 같았는데 늠름한 모습으로 노랗게 익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수박은 기대치가 더 엉망이었는데 그놈 역시 수박밭에서 계란크기로 열매를 달고 몸집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10포기 중에 제대로 성장하는것은 불과 5포기 정도였는데, 거기서 수박이 열매를 맺어가고 있었다.
두서너통이나 따먹을지 의문스럽지만 그래도 열매 구경을 하니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일을 채 마치기도 전에 잔뜩 흐려진 하늘에서 후두둑 후두둑 장마비를 뿌리고 있었다.
비를 맞은채로 서둘러 캐낸 마늘을 농막속으로 옮기고 일도 다 하지 못한채로 집으로 돌아오는수 밖에 없었다.
뭐 주말 농부다 보니 어쩔수 없는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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