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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올해도 비껴갈 수 없었네..

by 늙은여우한마리 2013. 6. 6.

2008년 6월 21일..

지난 토요일 농장에 갔다온 후 돌풍을 동반한 장마비가 내렸다.

아파트 앞 주말농장에서는 모두들 농장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저마다 분주하였으나, 멀리 농장을 두고 있는 주말 농부는 '뭐 별일 없겠지' 하면서 주말을 기다릴수 밖에 없었다.

이번주에는 일거리가 많이 있을것 같아서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까지 1박하기로 하고 농장을 찾았다.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도로는 한가했고, 논과 들은 알맞게 좋은 날씨 덕분에 농작물들이 부쩍 부쩍 크는듯 보였다.

농장에 도착해서 가만히 살펴보니 뭔가가 이상스러웠다.

뜨악~~~~

고추가 왜 저리 된것이여??

 

방아다리 밑에 줄을 묶어 주고 흔들리지 않게 양쪽을 고정시켜 두었는데, 지난 돌풍을 동반한 장마비에 방아다리 윗 부분이 꺽어진 채로 널부러져 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어떤것은 한쪽 가지가 툭 꺽어져 땅에 뒹굴면서 말라있기도 하는가 하면, 또 어떤것은 나무에 껍질만 붙은채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한채로 버티고 있기도 했다.

'아쁠사, 지난 바람이 포천에는 심했나 보다. ㅠㅠ'

지난주에 어머니께서 끈을 한번더 묶어 주는게 좋다고 했는데, 시간도 늦었고 한주 정도는 괜찮을것 같아서 그냥 두었는데 고추가 많이 달린데다 비바람의 영향으로 그리되어 버렸다.

2년전에는 비로 인해 절반이 쓰러졌고, 작년에도 역시 절반이 쓰러졌는데 올해는 방심하다 다 키운 고추농사 망쳤네 ㅡ.ㅡ;;

꺽어지지 않고 생생한 나무는 저마다 고추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데....

 

올해는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고 비껴가갈 바랬는데 참으로 속상하고 안타가웠다.

서둘러 끈을 한번 더 매 주기는 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 되어버렸다.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절대로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며 또 한번 다짐해 본다.

하지가 오늘(6월 21일)이고 마늘 수확할 때가 다 되어서 올봄에 먼저 싹이 나온 마늘을 캤다.

종자가 실하지 않은데다 성장하는 도중에 줄기가 가늘어서 걱정했는데, 아니다 다를가 수확한 마늘통이 썩 굵지 않고 조그만하였다.

 

숫자로는 500개 나왔지만 워낙 조그만 해서 원....

나중에 싹이 튼 마늘은 마늘대가 굵고 실하게 커 주어서 기대를 부풀리게 하는데 얼마나 좋은게 나오게 될지 사뭇 궁금하다.

두그루 심은 마디호박을 드디어 수확했다.

4개나...

 

이제부터 심심찮게 호박을 수확해서 먹을수 있을것이다.

진딧물이 많이 달라 붙어서 걱정을 했는데 적당히 큰 호박을 제공해 주니 만족스러웠다.

얼마 안되는 숫자지만 내가 직접 키워서 먹는 그 맛을 달리 무엇에 비할수 있으랴..

고추밭 옆에서는 토마토가 커가고 있었다.

서리때문에 첫 화방의 꽃이 손상되어 열매가 많이 달리지는 않았다.

 

토마토 농사는 첫 화방에서 열매를 맺어야 위로 열매를 충실히 맺을 수 있다고 하는데 초장에 많은 손상을 입었으니 원.

처음에 누렇게 변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이 되어서 이제는 열매를 달고 있으니 대견스럽기까지 하였다.

아마도 다음주면 빨갛게 익은 열매를 맛볼수 있을것 같다.

토마토를 몇년 심어보니 김장 배추를 심고 나서도 따 먹을수 있으면서 관리도 손쉬운것이 효율적인듯 했다.

고구마는 심을 때 물을 많이 주어서 심은 덕분에 활착이 잘 되어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땅의 영향 때문인지 퇴비를 많이 안 줘서 그런지 매년 고구마가 그리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포기당 한두개 정도 수확한 정도였으니...

이거원 주말농부라도 농부는 농부인데 형편없는 수확이라니...

어머니는 벌써부터 걱정이 여간 아니셨다.

고구마 잎이 너무 무성한 것이 올해도 고구마가 한두개 정도 밖에 달리지 않을가 해서 말이다.

그래도 올해는 수확량이 많기를 은근히 기대해 본다.

고구마밭 옆에서는 참깨들이 생기를 띄면서 나도 어제보다 요만큼 더 컸어요 하며 살랑살랑 웃음을 지어주고 있었다.

 

사실 참깨는 어머니께서 공을 많이 드린 작품이다.

싹이 나지 않은곳에 하나 하나 모종을 옮겨 심으면서 살려놓은 것이니 어찌 애착이 가지 않을가?

농장 입구에 일찍이 자리매김한 밤 나무에서 하얀 밤꽃과 함께 짙은 향내를 풍기면서 일찌감치 밤 풍년을 예고한다.

 

농장을 구입하고 벌써 4년째니 올해는 더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으리라.

내년에는 사과나무까지...

주말농장으로 여러가지 작물을 재배하다 보니 손은 바쁘고 일의 진척은 더디고 그렇다.

이 작물 손보는게 끝나면 저 작물 손봐야 되고 또 다른 작물 손봐야 되고...

1박하면서 일을 하였다고는 하지만 날씨도 덥고 일거리는 널려있고 하다보니 생각대로 일을 제대로 못했던것 같았다.

앞으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 더 바빠질텐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