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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땅도 좋아지고 작물도 무럭무럭...

by 늙은여우한마리 2013. 6. 6.

2008년 6월 6일.

화창하고 맑은 날씨였다.

주중에 비가 와서 그런지 농장의 작물들이 지난주 대비 부쩍 많이 커 있었다.

고르지 못한 기온으로 인해 추위와 싸우면서 봄날을 보내야 했던 농장 식구들이 이제는 완전히 회복된 듯 흔들리는 바람결에 의지한채 살짝 몸을 흔들어주는 여유까지 보이고 있었다.

서리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던 고추는 언제 그랬냐는 듯 커다란 알맹이를 길게 땅으로 드리운 채 활짝 웃음을 띄우면서 주인의 손길을 반가이 맞아주었다.

곁순을 제거하였는데도 불구하고 그 왕성한 성장세는 놀랄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느새 방아다리 밑에서 또 곁순이 돋아나 "나 이만큼 컸소"하며 자랑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어머니와 집사람이 함께 다정히 주거니 받거니 이러쿵 저러쿵 담소를 나누면서 고추가 옆으로 흔들리지 않게 끈으로 단단히 묶어 주었다.

끈을 묶으면서 어머니께서는 연신 고추가 참 많이 달렸다고 환한 웃음을 짓기도 하고, 고추맛이 어떤지 무척 궁금해 했다.

고추는 열매를 달고 한달 가까이 약이 올라야 제맛이 나는데 그맛이 궁금하셨나 보다.

그래서 제일 큰놈을 따서 시식하기로 했다.

아직 약이 채 오르지 않았음에도 고추 특유의 매콤한 냄세가 코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한입 깨물어보니 약간의 매콤함이 혀를 즐겁게 해 주었다.

ㅎㅎ

지금 이정도이니 제대로 약이 오르면 얼마나 맛있을가?

이제 한 두어주 정도면 맛난 고추를 맘껏 맛볼수 있으리라..

울타리옆 느티나무 아래서는 딸기들이 빨갛고 도툼하게 잘 익어 있었다.

6일정도 되는 시간 동안 얼마나 컸는지 애기 주먹만한 것도 있었고, 어떤것은 시간이 너무 지나 짓물러 자연으로 돌아가 버린 놈들도 있었다.

 

작년에는 그렇게 크지도 않고 양도 많지 않았는데, 올해는 큼지막한게 먹음직스러웠고 양도 제법 되었다.

약간의 신맛과 함께 단맛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게 천하일품이었다.

에고..

그런데 딸기는 일주일에 한번씩 손보기에는 좀 힘든 작물인듯 싶다.

아마도 다음주면 지금 착색되고 있는 것들중 일부는 자연으로 돌아가 버리고 없을 것 같아 아쉬웠다.

 

알타리 무우를 뽑으니 늘씬하고 통통한게 보기만 해도 절로 입맛이 돌게 할 정도로 잘 커 있었고, 옥수수대는 제법 굵고 튼튼하게 자라고, 토마토도 점점 크기를 키워가고 있는걸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고구마며 땅콩도 이제는 자리를 잡은듯이 잘 크고 있었다.

5월말에 옆에 이사 온 분이 농장을 보시더니 농장물이 어쩜 이리 잘 되었냐고 감탄할 정도 였으니 올해는 모든 작물이 잘 될것 같은 예감이 든다.

주말농장 개울 건너편에는 돌 복숭아 나무가 한그루 있다.

작년 돌복숭아를 따다가 효소를 만들었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이 열려있었다.

개울가에는 돌 밖에 없는데 그 돌틈을 뚫고 어찌그리 잘 자라는지 참 생명의 힘이란 경이롭기까지 했다.

돌복숭아를 따보니 약 4kg 정도 되었다.

이제 이놈은 100 정도 발효한 후 숙성시키면 몸에 좋고 맛도 좋은 귀한 먹거리가 될 것이다.

바쁜 농장 일속에서도 틈틈히 짬을 내어서 만들어 둔 길가의 화단.

작년에는 자갈이 많은 척박한 화단인데, 올해는 산에서 부엽토를 가져와서 화단에 뿌려주었더니 제법 근사하게 자리매김했다.

 

화단에는 서광꽃, 채송화, 봉숭아, 접시꽃 등 여러가지 꽃들이 어우러져 서로 부대끼면서 자라고 있다.

여러가지 이쁜 꽃들을 심어 이쁜 꽃길을 만들어야 되는데 그게 영 쉽지가 않네.. ㅡ.ㅡ;;

잘 보이지 않던 지렁이가 보란듯이 활보하고 있는것을 보니 이제 우리 농장도 제법 토질이 좋아진 듯 싶었다.

지렁이가 통통하게 살이 붙은게 엄청 징그러워 보였다 ㅡ.ㅡ;;

 

길이는 무려 30cm 정도되었고...

이게 지렁이가 맞기는 맞나 몰러???

지렁이가 많은 밭은 땅이 거름지다고 하니 징그럽던가 말던가 기분은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