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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고추가 열매를 달고 있답니다.

by 늙은여우한마리 2013. 6. 6.

2008년 5월 24일.

봄가뭄이 심하긴 했던것 같았다.

지난 일요일과 월요일 이틀에 걸쳐 비가 흠뻑 왔는데도 불구하고 개울물은 지난주보다 조금만 늘어나 있었고, 밭은 땅속까지 물기를 머금지 못했음인지 먼지만 폴폴 날리고 있었다.

게다가 비가 온 후로는 날씨가 여름 날씨 마냥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그리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온 몸은 땀으로 흠뻑 목욕을 할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다른해보다 조금 일찍 옮겨심기를 했던 고추.

그러다 보니 냉해 피해를 입어 60포기 정도를 다시 심어야 했던 아픔의 5월이었다.

주말 농사를 시작한지 벌써 5년인데 매년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기는 것 같다.

2006년과 2007년은 여름 장마에 고추 1/3 정도가 쓰러지는 아픔을 맛보기도 했고, 2005년에는 330포기를 심었는데 병과 가뭄을 극복하지 못한채 형편없는 작황을 기록했으니...

그리고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심은탓에 1/3 정도가 서리 피해를 입었으니....

언제 무탈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를련지 모르겠다.

경험없는 주말농부를 탓해야 될려는지.....

서리 피해를 입은 고추가 영양제를 주면서 관리를 했음인지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보기에 애처로울 정도로 힘겹게 버티고 있는 놈들도 있었지만, 일찍 회복한 것들은 벌써 고추를 매달고 있었다.

지난주에 꽃잎이 지는것을 보았는데 벌써 고추 크기가 손가락 두마디 정도하니 얼마나 대견한가!

 

날씨도 고추가 성장하기에 적당할 정도로 더워주니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것 같았다.

가뭄이 심해서 그런지 진딧물의 공격이 예사롭지가 않다.

곁순을 제거하면서 보이는 진딧물과 응애를 무자비하게 잡다보니 손가락과 손톱사이는 새카맣게 변해 버렸고, 비누로 몇번씩 씻었는데도 불구하고 없어지질 않는다. ㅡ.ㅡ;;

약을 주기가 뭐해서 담배 우려낸 물을 심하게 달라붙어 있는 나무 위주로 뿌려주었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자연농업을 하려면 2~3일 간격으로 목초액이나 친환경 제재를 뿌려주는 것이 좋은데 일주일에 한차례 정도 관리하다 보니 그것이 여간 힘든것이 아니다.

담배 우려 낸 물을 뿌려주었으니 다음주에 결과를 봐서 목초액과 식초 은행잎 액등을 섞어서 뿌려주던가 해야겠다.

잡아도 잡아도 잘 없어지지 않으니 원 ㅠㅠ

지난주 서랍장에다 미나리 밭을 만들고 물를 가득채워 두었는데 비가와서 걱정을 많이 했다.

혹시나 물에 잠겨 익사 하지나 않았을가 했는데, 역시 미나리는 물과 친한 작물인게 틀림없나 보다.

 

거의 뿌리만 심어둔 상태인데 제법 새순을 뻗치는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일주일에 한차례 정도 물을 주면 잘 자랄것 같다. 적당히 습기만 유지할 정도가 될 수 있으니 거머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것 같고.

올해 정성들여 키우고 있는 딸기도 하나 둘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다.

한약까지 물에타서 먹이면서 키웠으니 얼마나 정성을 들였던가.

 

이제부터 일주일에 한차례씩 딸기를 수확할 수 있을것 같다.

작년 5월에 처음으로 맛본 딸기는 새콤한 맛이 많이 났는데 올해는 어떤 맛이 날지 참으로 궁금하기만 하다.

작년에는 물도 잘 주지 않고 그냥 내팽겨 둔 채이고 그래도 올해는 나름대로 정성을 기울였으니 말이다.

이렇게 하나둘 경험이 쌓여가나 보다.

오늘은 참으로 바쁜 하루였다.

땅콩밭에 소복히 자라고 있는 풀들을 다 뽑아주었고, 고추 곁순 제거하고 끈 매주고, 흰콩과 검은콩도 심었고 봄에 뿌린 열무며 얼가리 배추도 수확했고 그리고 가문 밭에 물주기 등등...

날씨도 더운데 일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딴 생각할 틈이 없을 정도였다.

이제 파종할 것도 거의 다 끝났으니 조금은 여유로와 질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