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이제야 제 모습을 다 갖추었네요.

by 늙은여우한마리 2013. 6. 6.

2008년 6월 14일

이른 아침.

둘째 녀석이 밭에가서 보트를 타자고 아빠를 귀찮게 깨우고 있었다.

작년 여름 강릉에서 보트를 탄 후 농장에서 아이들과 보트를 타기로 약속 했으나 여의치 않았는데, 오늘 아이들의 성화에 아빠는 못 이기는 척 하며 보트를 주섬 주섬 챙겨야만 했다.

두 녀석의 입가에선 함박 웃음이 피어나고, 엄마는 옷이 젓을 것에 대비해서 여분의 옷을 잔뜩 챙겨주었다.

에고.. 오늘 애들의 욕구를 충족시킬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 농장일을 가늠할 수가 없어서...

농장에 도착해 보니 웬 풀들이 그새 자라나고 있는지 원...

뽑아도 뽑아도 자꾸 자라니 엄두가 안난다.

농장에 가기전에는 '오늘은 할 일이 업겠지' 하고 가는데 어김없이 일거리가 우릴 기다리고 있으니 원...

주중에 의정부와 서울 상계동 지역에 우박이 내려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우박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땅에선 먼지만 폴폴 날렸다.

다행이었지만 메말라 있는 땅을 보고 있노라면 물 줄일이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마지막에 심은 콩들도 싹이 터 올라 빈 땅에 자리 매김을 하고 있었다.

검은콩과 흰콩을 같은날 심었는데 싹이 먼저 올라온 검은콩은 새들이 일부 쪼아 먹어서 군데군데 비어 있어 보식을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씨를 4개씩이나 넣었는데 그걸 다 쪼아 먹다니 ㅡ.ㅡ;;

 

보식을 다 하고 나니 그제야 콩밭도 자세가 나오는것 같았다.

지난 서리로 피해 입은 고추를 밭 한쪽에 심어두었는데 보식했던 것 보다 더 잘 크고 있었다.

나중에 보식했던 것은 어려서 그런지 성장이 더딘채 그럭저럭 보조를 맞추가고 있는듯 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열매가 많이 달리지 않아서 조금 실망스럽긴 했지만, 꽃이 많이 맺혀 있는걸 보니 성장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는것 같았다.

 

고추에 칼슘영양제와 영양제를 뿌리고 깻묵 삭힌 비료와 목초액 그리고 난황유를 썩어서 뿌려주었다.

간간히 진딧물이 고추를 괴롭히고 있기는 했지만, 잘 이겨내고 있었다.

고추를 들여다 보면서 눈에 띄는 진딧물은 내 손으로 모두 사망 또는 중상으로 만들어 버렸다.

ㅋㅋ

그러고 보면 진딧물에게 있어서 칠점 무당벌레보다 사람이 더 천적이 아닌가 싶다.

올해 수박 농사는 포기 일보직전이다.

10포기 중에 서리 맞아서 5포기 보식.

보식하지 않은 5포기는 진딧물 공격으로 거의 사망....

나머지 5포기 정도만 간신히 살아 있기는 한데 성장이 썩 좋지 않는것이 잘 안될것 같다.

매년 수박을 잘 따 먹었는데.. ㅠㅠ

참외는 그럭저럭 성장을 잘 하고 있기는 한데 장마에 이겨낼 수 있을련지.....

씨를 좀 늦게 뿌렸던 완두콩이 이제서야 마음에 들 정도로 성장하고 있긴 했지만, 시기가 너무 늦어서 알맹이가 제대로 영글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수확할 때가 다 되어가는데 빈 꼬투리만 대롱대롱 거리고 있으니 원...

역시 모든 농작물은 심어야 하는 시기가 있나 보다.

게다가 올봄 날씨까지 고르지 못해 싹이 트는것도 늦었으니....

농장일을 하면서 짬짬이 틈을 내어서 가꾸고 있는 울타리 화단에 드디어 올해 첫 꽃이 피었다.

30미터나 되는 길옆 화단에는 서광꽃, 봉숭아꽃, 채송화, 접시꽃 거기다가 들국화까지 심어져있는데, 그중에 서광꽃이 먼저 이쁘게 봉오리를 터트려 주었다.

 

올해도 서광꽃을 시작으로 울타리가 아름다운 꽃들로 어울릴 것이다.

올해 어느정도 울타리쪽 화단 정리가 끝이나면 건너편 개울쪽으로 풀들을 정리하고 들국화나 서광꽃, 봉숭아 꽃씨를 좀 뿌려서 내년에는 개울쪽에서도 이쁘게 꽃이 피게 만들어야 겠다. ^^

점심 식사를 하고 나니 두 녀석들이 아니다 다를가 아빠를 귀찮게 한다.

빨리 보트에 바람을 넣어달라고.......

2인용 보트에 바람 넣는일, 이게 장난이 아니다.

자동 에어 펌프라도 있으면 좀 쉬운데 허접한 수동 펌프로 바람을 넣으려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날은 푹푹 찌는데 발로 팔로 펌프질을 하니 얼마나 힘들가 ㅠㅠ

그래도 기쁨에 찬 두 녀석의 얼굴을 보노라니 예서 말수도 없고...

얼굴이 벌겋게 되도록 바람을 넣고 또 넣으니 드디어 보트 모양새가 나왔다..

에고...

힘들어 죽는줄 알았네... ㅠㅠ

 

바람을 넣어주니 훈련나가는 해병대원들 마냥 두녀석이 메고 개울로 슝~~~하고 내 달음친다.

개울에서 형 한번 아우 한번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잘도 탄다.

그러다가 둘이서 같이 타기도 하고....

ㅋㅋ... 양반 자세에 양말까지 신고서리......

올해는 밭에 가기만 하면 두 녀석은 보트를 친구삼아 개울물에서 나오지 않을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