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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조금 더 쉬운 방법을 찾으면서....

by 늙은여우한마리 2013. 6. 4.

2008년 5월 10일

요즘 날씨가 장난이 아닌 것 같다.

밤 낮의 일교차가 크고 여기저기서 서리다 우박이다 심지어 눈까지 왔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 5월에 왠 눈 ㅡ.ㅡ;;

아파트앞 주말 농장의 작물들이 힘을 못하고 있는걸 보니 얄궂은 날씨 때문인 듯 싶다.

낮이면 남녀노소 할것 없이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고 밤이 되면 쌀쌀함에 추위를 느낄 정도이니 농작물인들 어쩌랴.

지난주 서리 피해로 긴급 보수한 고추며 수박들이 잘 견디고 있을지......

날이 가물어 농장에 물주는 일 외에는 그리할 일이 없을듯 싶었다.

일요일에 비가 온다는 소식은 있었지만, 일기예보를 믿을수도 없었고 촉촉히 비가 내릴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에 농작물에 물을 듬뿍 주어야 했다.

일주일 동안 주인이 없이 가뭄과 싸우려면 물을 흠뻑 땅에 머금고 있어야만 한다.

지금까지 물을 주는 방식은 큰 물통에 물을 받고 물조루를 들고 다니면서 물을 주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다보니 몸은 몸대로 힘들고 물 주는 일에 많은 시간을 빼앗겨 일에 능률이 떨어졌다.

깨끗한 개울물이지만 개울에서 끌여올리다 보니 모래 등 작은 찌꺼기들이 따라 올라와서 다른 방법은 생각하질 못했다.

이번에는 흡입구 부분을 양말과 목장갑으로 막아서 모래며 찌꺼기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한 후 호수에 샤워기를 연결해서 물을 주기로 했다.

마트에서 4,000원 주고 샤워기 하나를 사고 포천 심곡리 철물점에서 물뿌기개를 사서 호수에 연결한 후 테스트해보니 다행히 구멍이 막히지 않고 물이 잘 나왔다.

빙고~~~

호수를 길게 밭에 늘어트리고 물 주기를 시작하자 농장 밖에서 사이좋게 놀고 있던 두 꾸러기들이 후다닥 달려와서는 서로 물을 주겠다고 난리가 아니었다.

 

큰 녀석에게는 철물점에서 산 물 뿌리개를 쥐어주고 둘째에게는 마트에서 산 샤워기를 쥐어줬다.

그러자 두 녀석은 신이 났다.

 

물을 여기저기 뿌리면서 온 농장을 휘저으니 옆에 있던 마늘은 호수줄에 채여 이리 구부러지고 저리 구부러지면 낑낑 거리고 있었다.

두 녀석이 그리 도와주니 어머니는 밭에 풀을 메고 아버지께서는 전등갓을 만드는 일에 열중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아빠는 두 녀석 간수하느라 헉헉 거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가?

둘째가 밭을 엉망으로 만들 기미가 보이길래 어머니에게 물주기를 부탁드리자 못내 못마땅한 듯 할머니 옆에서 땡깡을 부리며 방해공작을 하기 시작했다. ㅡ.ㅡ;;

 

첫째는 잘 도와주는데..... ㅠㅠ

조금 더 크면 나아지려나?

지난 서리로 인해 걱정했던 농작물은 다행히 조금씩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그 난리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있는 고추도 있었지만, 냉해에서 회복하지 못한 놈들은 눈꽃이 누렇게 변한채 측은한 모습으로 힘겨워 하고 있었다.

토마토는 거의 회복이 되었는지 키가 조금 더 커진듯 했고, 벌써 곁순이 나와서 몸집을 부풀리고 있었다.

서둘러 곁순을 제거해 주고 넘어진 놈들은 세워서 가지런히 묶어 주었다.

두해 동안 토마토를 키워보니, 늦가을까지 따 먹을수가 있어서 비싼 모종값에도 불구하고 30포기나 심었다.

심은지 한참이나 흘렀는데 싹이 안 올라와서 맘 졸였던 땅콩은 이제서야 삐죽이 땅을 뚫고 해 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물을 충분히 주어서 그런지 깨끗하게 목욕한 모습으로 밝은 웃음을 띄우는 것을 보고서 그제서야 한시름을 놓았다.

아직 농사 초보이다 보니 여러가지 궁금하고 이것저것 걱정거리도 많음을 어찌하랴.

지난주 비쩍말라 살지 죽을지 모르던 옥수수는 통통하게 살이 붙어서 본격적인 성장을 준비하고 있었고, 고구마는 물을 충분히 주면서 심어서 그런지 거의 다 살아난 듯 했다.

다른 해 보다 더 정성을 기울였던 딸기는 꽃이 지면서 콩알만한 크기의 열매를 맺고 있었고, 사이좋게 조롱조롱 달려있는 그 모습을 보니 달콤 새콤한 딸기맛에 입맛이 절로 다셔지기도 했다.

 

올봄에 둘째 우현이가 아빠에게 이런 부탁을 했다.

"아빠! 우리 밭에서 딸기 나오면 그거 아이스크림 해서 먹자요~~~"

작년에 딸기를 냉동실에 넣어서 얼려 먹었는데, 그 맛이 감칠맛나는 천연 아이스크림 인지라 그걸 잊지 않고 있던 둘째의 부탁이었던 것이었다.

^^ 올해는 달고 맛잇는 딸기가 될 것 같다.

ㅠㅠ 그런데 왜 사과나무는 왜 꽃이 안 피는 것이여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