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23일~24일
이번주 내내 일기예보에서는 장마비가 쏟아진다고 했다.
그 소식에 한편으로는 기쁘고 또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웠다.
아마도 주말농부의 심정은 똑 같지 않을가?
이제 거둬들여야 되는 감자며 마늘을 생각하면 장마비가 조금 늦춰져서 왔으면 하는 바램이고, 바짝 타 들어가는 밭을 보면 비소식에 반가워해야 될 텐데 걱정과 기쁨이 공유하니 말이다.
주말에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걱저스런 마음을 담고 밭으로 향했다.
잔뜩 지뿌린 하늘에선 금방이라도 굵은 빗방울이 떨어질듯 짙은 구름을 머금고 있었다.
주중에 비가 조금 왔는데도 채 가뭄이 해갈되지 않은듯 울타리의 옥수수는 그 잎을 잔뜩 오그라뜨린 채 말라있었고, 지난주에 풀을 매 줬는데도 밭은 풀 투성인채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우선 비가 오기 전에 풀부터 매줘야 될 듯 싶었다.
지금 풀을 잡지 않으면 장마통에 풀들의 세력을 꺽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애들을 컨테이너 속에 풀어놓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풀을 매고, 난 토마토며 여러 작물을 둘러 보았다.
'에고. 이런~~~'
지난주에 그리 크지 않았던 호박이 일주일만에 늙은채로 누런 몸둥아리를 뒹굴고 있었다.
이놈의 호박도 주말농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작물인가?
도저히 수확 시기를 맞추기 힘드니 ㅡ.ㅡ;;
금년 파종을 잘못하는 바람에 수확을 기대하기 힘들었던 땅콩.
몇주전에 잘못된 놈들은 제대로 옮겨 심고, 휭하니 빈 곳에는 다시 땅콩씨를 뿌렸는데 그것이 싹이 트면서 빠르게 성장해서 지금은 어느놈이 먼저 심은 것인지 모를 정도로 비슷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그 땅콩 밭에서 아버지께서 풀을 매시면서 북주기를 하니 푸른잎의 땅콩들이 줄서기를 하는데 군대에서 사단장에게 사열을 하는듯 줄 하나 틀리지 않다.
얼마나 번듯하고 이쁜지 모르겠다. ^^
어머니께서 가장 정성껏 키우고 있는 작물중 하나가 참깨.
올해는 참깨씨를 두번이나 뿌렸는데 싹이 트지 않아 애를 먹이다가 이제서야 무성한 잎을 드리우며 성장하고 있다.
참깨 비닐 구멍에는 싹트지 못한 채 풀들에게 점령당해 안방을 내준 곳도 있었지만, 뭐 그 정도면 상당히 양호한 듯 했다.
참깨 옆과 수박밭 옆에서는 고구마가 잘 자라고 있다.
5월에 땅의 면적 대비 심을 고구마가 어정쩡해서 400포기만 심고 나머지는 순이 자라면 그 순을 잘라 심기로 하고 땅을 비워 둔 곳에 순을 잘라 고구마를 심고 있는데 마침 지나가는 동네 아저씨 - 우리 농장을 지나치면서 자주 이야기를 던지곤 하시는 분인데 - 이번에는 느닫없이 어머니에게.
"아줌마 농사 처음 지어보죠?"
'엥??? 무슨 소린가?'
"왜 그러시는지요?"
"토마토 심으신걸 보니 처음 짓는것 같아서요. 토마토는 곁순을 키우면 안 돼요."
그랬다.
일주일에 한번씩 농장에 가다보니 토마토 곁순이 자라서 원순을 능가할 경우가 왕왕 있었다.
순 지르기를 하는데도 그러니 이게 바로 주말 농부의 한계가 아닐련지.
많이 자란 순은 자란게 아까워서 그냥 두고 어린 순은 제거 했는데, 커다랗게 자란 곁순을 보고 그런것 이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오다보니 곁순이 이리 되어서 자르지 않았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선 갈길을 재촉하신다.
하긴 주말 농부 4년차면 농사 해 본 것도 아니지 뭐....ㅋㅋ
순을 잘라 심지않은 곳에 마저 심고 나니, 짙은 구름속에서도 하루를 비춰주었던 해가 서쪽으로 넘어갔는지 어둠이 농장주위를 맴돌며 하루 일과를 마치기를 종용하고 있었다.
비가 올까봐 가슴이 조마조마 했는데 일이 끝날때 까지 비가 오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
저녁을 해결하고 물어고개 약수터로 갔다오니 갑자기 하늘에서 굵은 빗방울을 후두둑 뿌린다.
헉.
내일 할 일이 많은데 클났다. ㅠㅠ
새벽내내 후두둑 후두둑 천장위를 사정없이 때리고, 그 소리에 걱정스러워 밤잠을 설치며 자는둥 마는둥...
밤잠을 설치며 아침에 일어나보니 얼래?
하늘은 흐렸지만 비가 그쳐 있지 않은가...
어제 못다한 풀매기를 하고 고추 끈을 매주고 난 후 고추에 석회보르도와 목초액 칼슘과 액비 등 혼합해서 고추에 뿌려 주었다.
좀 늦게 심은데다 날이 가물어서 그런지 작년보다 고추의 성장이 더딘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주일만에 고추가 부쩍 커 있었고, 하나 둘 달리기 시작한 열매가 그 숫자를 늘리며 제법 살이 붙어가고 있었다.
간혹 고추 열매가 짓물러지는 것이 몇개 발견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건강한 편이었다.
작년 고추 농사를 잘 지었기 때문에 금년에도 내심 작년정도의 수확을 기대해 보기는 하는데 어찌 될려는지 모르겠다.
점심을 해결하고 완두콩 수확을 했다.
작년에 처음 완두콩을 심어보았는데 수확이 썩 좋지가 않았다.
올해는 작년 대비 일찍 심으려 했는데 그도 여의치 않은데다 싹도 더디게 올라와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꽃이 필무렵부터 계란 껍질을 이용해서 만든 칼슘제를 뿌려서 그런지 수확해 보니 꼬투리에 알이 꽉 찬것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수확의 기쁨이 이런것인가 보다.
이번에는 막내 우현이가 일을 거들고 나섰다.
의자에 앉아 할아버지와 나란히 하나둘 완두콩을 따서 담는 손이 제법 능숙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완두콩 잎에 붙어있는 진딧물들이 우수수 땅에 떨어져 발바닥부터 타고 올라오니 기겁을 하면서 그놈들과 싸우며 난리가 아니었다.
ㅋㅋ 그게 한두마리여야 말이지.
자기딴에는 심각했으리라.
그러다가 의자위에 쪼그리고 앉아 완두콩을 따다가 그만 포기~~~
아빠가 카메라를 가져오니 그때는 자세를 잡고서 콩을 따는 흉내만 내기로 한다나????
그리 넓은 공간에 완두콩을 심은것도 아닌데 제법 많은 양의 완두콩을 수확할 수 있었으니 그 기분은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올해는 우리가 충분히 먹고 부산에 있는 동생들에게도 좀 나눠줘도 될 듯 싶다.
완두콩 수확까지 마치고 나니 그제서야 빗방울이 조금씩 내리면서 이제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라고 한다.
비 때문에 일을 못하면 어쩌나 싶었던 주말이었는데 일을 무사히 끝낼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었다.
주말 농부의 길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것 같다.
올해는 장마도 길다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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