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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꼬마 농부의 미소.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9. 9.

2007년 6월 9일~10일

 연일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며칠전 빗방울이 비치기는 했지만 마른 대지를 적시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량이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농장을 가는 주말농부는 항상 농장 걱정이 태산이다.
이번에는 일거리가 별로 없겠지 하고 농장을 방문하건만 어디서 일이 그리도 생기는지..

 철물점에 들러 분배기 잠금 장치를 사서 농장으로 향했다.
파이트를 이용해 신형 물뿌기개를 만들고 - 이걸보고 집사람은 철물점에서 산 걸로 착각함 - 일에 착수했다.

 메마른 땅에서도 풀들은 어찌 그리 잘 자라는지....
호미들고 풀을 매는 동안 용진이와 우현이 두 녀석은 꽃삽을 들고 나무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요녀석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길이 없었든지 애꿎은 나무를 꺽고 자르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 덕에 나무는 껍질이 홀라당 벗겨진채로 흉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 아름 자른 나무로 두 녀석만의 놀이에 - 칼싸움을 하는지 전쟁놀이를 하는지 - 정신이 없는 듯 했다.

 낮게 매어진 고추끈을 조금 높게 조정하고 좌우로 움직이지 않게 끈으로 고정시켜 주기로 했다.
250포기 작업하는데 숙련가(어머니), 얼치기 주말농부(나), 생초보(집사람), 그리고 아버지 이렇게 4명이서 끙끙 거린다.
묶어진 자세를 보면 제각기 개성이 뚜렷하다.
넓게 묶어진 놈, 양쪽으로 한 차례씩 두번 묶은놈, 끈 하나로 양쪽을 묶은 놈 등....
묶은 사람에 따라 각양 각색이었다.
뭐 어떠라 고추만 안 흔들리면 되지........

집사람은 처음 묶어 본 기념으로 본인이 묶은 고추를 모델삼아 한 컷 찍고 자기가 묶은 것이라고 한층 뽐낸다.
ㅋㅋ
고추끈 묶고 더위 먹어서 머리가 어질어질 거렸다나 ㅡ.ㅡ;;

 다음날
전날 고추밭에 물을 흠뻑 뿌려주어서 그런지 밤사이 고추가 훌쩍 큰 것 같았다. -  에고. 그래도 작년보다 못한것 같네. ㅡ.ㅡ;;
일찍 일을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올 요량으로 아침부터 서둘렀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땅콩이며 옥수수며 콩에 물을 주고 나는 어제 만든 신형 물뿌리개를 가지고 고추밭이며 수박 참외 밭 등 물을 주기로 했다.

 에고.
그런데 이게 왠일이여.
구멍을 너무 크게 뚫었는지 물이 줄줄줄 ㅠㅠ

조그만하게 구멍을 뚫어야 되는데 그게 한계네 ㅡ.ㅡ;;
물이 줄줄줄 흘러 내리기는 하지만 물주기는 한결 편안했다.
완두콩으로 부터 시작해서 마늘밭까지 물을 주고 나니 장마철 마냥 고랑에는 물이 하나 가득이었다.
아마도 고추를 비롯하여 모든 작물들이 물을 흠뻑 잘 먹었을 것 같았다.

 일을 끝내고 콩밭을 살펴보니 어머니는 싹이 올라오지 않은 콩을 옮겨 심고, 그 옆에서 용진이가 물을 계속 떠다 공급해 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심결에 흘러 나오는

"에고 허리야" ㅡ.ㅡ;;

할머니의 일을 한참 거든 후에 할아버지와 함께 나무그늘 아래서 편안 휴식을 취하며 환한 웃음을 띄운다.

더운날 무진장 고생했을것이여.
그 작은 힘의 도움으로 어머니는 콩을 다 옮겨 심을 수 있었다.

 우현이와 나는 원두막 옆에서 빨갛게 익어 있는 딸기를 땄다. - 몇개 안되지만 맛이 끝내 주었음.
돌아오는 길에 우현이는 약수터에서 큼지막한 딸기를 씻어 먹고 엄지 손가락을 위로 치켜들면서 "따봉"을 외치기도 했다.

에고.

1박 2일을 쉴틈없이 일했는데 뭘 했는지 모르겠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