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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고추의 이런 저런 수난시대.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9. 26.

2007년 7월 22일 그리고 8월 4일

주말 농부의 게으름.
바쁘다는 핑계로 근 한달이나 다 된 이야기를 올리게 된다.   머리가 핑핑 돌아가지 않아서리.....^^

그러니까 지난 7월 22일.
농장에 가서 깜짝 놀랐다.
고추들은 주렁 주렁 달려있는데 이상하게도 벌레가 갉아먹었는지 구멍이 송송 뚫려있었다.

'어라 이게 뭔 경우여'
여기저기를 살펴 보았지만 원인을 알수가 없었다 ㅡ.ㅡ;;
서둘러 샘플을 들고 농약사로 직행~~~~
고추를 보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꿩들이 고추씨를 빼먹기 위해서 고추를 쪼은거에요"라고 하신다.

'엉?? 꿩들이 고추를 먹어?'

꿩을 잡던가 아니면 계속 지키던가 해야지 답이 없단다.
원인만 확인하고 농장으로 돌아와서는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허수아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ㅋㅋ

내가 봐도 참으로 희안하게 생긴 허수아비들.
다 만들고 고추밭에 세워두니 제법 자세가 나오는것 같았다.
이 넘들이 제 역할을 해 주려는지.. 

그리고 그 다음주.
반짝이 줄을 사서 고추밭 위에 매어 두었다.
바람이 불때 마다 반짝이면서 윙윙 소리를 냈다.

그것 때문에 날 짐승들이 피해간다나...
정말 일까?
어쨋던 고추 상태는 형편없었다.
그것도 며칠있으면 빨갛게 익을것을 그 모양으로 만들었으니. 에고 속상혀라.

8월 초 부산 동생이 조카들을 데리고 의정부로 왔다.
개울물도 좋고 해서 고무보트를 가져오라고 했다.
8월 4일 날씨는 적당히 좋았다.
보트와 튜브에 바람을 넣고 꼬맹이 들은 신이나서 개울로 내려갔다.
한 30분쯤 놀았으려나?
갑자기 하늘에서 짙은 구름과 함께 후두둑 후두둑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닌가.
아이들은 보트는 내 팽겨친 채로 서둘러 농막으로 피하고 그로부터 엄청난 비와 함께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것이 아닌가.
삽시간에 농장은 물이 찼고 차 뒤에서 나뒹굴고 있던 보트에도 물이 하나 가득이었다.
나중에 뉴스를 통해 들어보니 그 시간에 포천에 내린비가 한시간에 무려 110mm 였다고 하였다.
텐트치고 피서 기분으로 시골 냄세에 흠뻑 젖어드려고 했던 모두는 허탈감에 농막속에서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울수 밖에 없었다.

그 다음날.
ㅠㅠ
다시 사건이 터졌다.
전날 몰아친 비바람으로 인해 고추들이 힘없이 쓰러지고 있었다.

작년에도 집중호우로 그 모양이더니 올해도 피해가지 못했으니.. 에고....
하늘을 지켜봐도 비는 그칠 기미가 없고해서 비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비 속에서 고추를 세워주었다.
그래도 농장에 있었기 망정이지 사람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가? 

아무래도 하늘이 하는 일에는 어쩔수 없나 보다.
그로부터 근 십여일을 햇볕없이 비만 내렸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