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눈 오는날 밤 농장에서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8. 21.
2006년 11월 6일

제법 쌀쌀한 날씨가 입동을 예고하고 있었다.
간 밤에 북한산에 첫눈이 왔다는 소리를 들으니 성큼 초겨울로 접어듬을 느끼게 하였다.

저녁에 일기 예보를 보니 서울지방이 7일 새벽에는 1도까지 떨어진다고 하였다.
그리고 철원은 영하 4도...
헉!
그럼 철원과 인접한 포천은??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 졌다.
아직 괜찮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던 무우와 배추가 여간 걱정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서둘러 인터넷을 켜고 포천지역의 날씨를 검색하니 7일 새벽에 영하 3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에고. 이럴 어쩐다..ㅠㅠ

서둘러 농장에 갈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어둠이 내린지도 한참 지난 8시경에....
자동차의 온도계는 의정부 지역이 영상 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축석령 고개를 넘어 포천으로 접어드니 온도계는 점점 떨어지고, 의정부에서 가늘게 내리던 비는 온도의 하강과 함께 눈으로 변해 차창에 나부끼고 있었다.
서둘러 농장으로 가야 된다는 생각은 첫눈의 기분을 채 느낄 여유가 없었다.
에고. 이렇게 첫눈을 맞다니 ㅡ.ㅡ

농장에 도착하니 별하나 없는 깜깜한 밤.
조금씩 쌓여가는 눈만이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서둘러 무우를 뽑으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제법 잘 커 주었다.
늦게 심어서 많은 걱정을 했는데 겨우내 먹을 정도는 된 듯했다.
흙과 범벅이 된 무우를 정리하고 무청을 엮어서 - 아버지와 어머니의 작품 - 원두막에 걸쳐놓고 밭 한 구석에서 발발 떨고 있는 당근을 뽑았다.
당근도 늦게 파종을 해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굵은 것은 먹기 좋게 제법 잘 커 있었다.
올해 당근 농사는 내년의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토요일 서둘러 묶어둔 배추들은 겉 껍질이 얼은채 흰눈을 머금고 추위에 몸을 추스리고 있었다.
그 추위속에서도 배추는 토요일 보다 더 속이 꽉찬듯 하니 기분은 좋았다.

이제 무우도 갈무리했고, 배추도 실하게 크고 있으니 이번 주말에 맛있는 김장만 하면 올해 농사는 끝이 나는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