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일년동안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했던 농장은 가을이 깊어가면서 마지막 뒷정리에 바빴다.
콩밭의 콩은 수확을 마치고 뿌리채 뽑혀 여기저기 나 뒹굴고, 올해 최고로 수확의 기쁨을 제공한 고추도 마지막 생명을 마친채 밭에 드러누워 있다.
채 싱싱함이 가시지 않은 고추를 뽑으려니 못내 애닯았지만 어찌하랴.
내년의 풍성함을 기약할 뿐.
콩대와 고춧대를 말끔히 정리한 밭은 아직 열매를 매달고 있는 토마토와 김장용 배추, 무우 등 늦가을용 작물만 덩그러니 밭을 지키고 있었다.
배추는 이제 제법 속을 채우는듯 만져보니 단단하기 이를때 없었다. - 가끔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무사마귀병(배추 뿌리혹병)으로 인해 힘없이 아픔을 호소하는 넘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추세로 배추속이 차면 다음 주 정도에는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해야 될 듯 싶다.
시기를 잘못 잡아 늦게 심은 무우는 이제서야 주먹만하게 영글어 있어 못내 아쉬움만 남는다. 다른집 무우는 사람 머리통 만하던데... ㅡ.ㅡ
작기는 해도 씹으면 입에서 전해오는 아작아작하며 달짝지근한 그 감칠나는 맛에 그나마 위안을 삼고자 한다.
올해는 다른해 보다 유난히 가을가뭄이 심했던것 같다.
그렇게 깨끗하던 개울물이 가뭄으로 이끼가 심하게 낄 정도 였으니...
올해 농장을 운영하면서 고생스러웠던 일 중의 하나가 작물에 물주기 였다.
농업용 양수기를 이용하여 개울물을 끌어올렷는데 토출관이 40 미리가 되다 보니 직접 물주기가 힘들어, 커다란 물통에 물을 받아 물조루를 이용하여 물주기를 했다.
참으로 멍청한 짓을 한것은 아니었는지...
시간은 시간대로 허비하고 몸은 몸대로 고단하고...
물주기의 고통을 해결하고자 이리저리 알아보니 의외로 해답을 쉽게 찾을수 있는 것이 아닌가?
분배기라는 것을 이용하면 된다고 하니 ㅠㅠ
서둘러 철물점에 가서 문의하고 분배기를 비롯하여 몇가지 부속품을 사 가지고 설치를 하였다.
일반 가정용 호수를 사용할수 있게 토출 구멍을 4개로 하였다.
긴 호수를 잡고 배추밭에 물을 주니 이건 환상 그 자체가 아닌가??
물조루로 물주는 것에 비하면 완전히 살판난 내 세상..
이럴게 간단히 해결될 줄 알았으면 진작에 그리 하는 것인데 에고....
내년에는 좀 더 편해 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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