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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든든한 일꾼들과의 마지막 갈무리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8. 21.
2006년 11월 11일

입동이 지나고 나서 추워지기 시작한 날씨는 제법 옷깃을 여밀게 했고 느즈막히 붉게 물들고 있는 산자락은 아름 아름 단풍잎새들로 너울거리고 있었다.

김장 배추는 심은지 벌써 90일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늦게 싹이 터 올라온것을 감안하더라도 수확을 해야 될 때가 된 듯했다. 날씨도 영하와 영상을 오르락 내리락 하니 더 이상 밭에 둘 수 없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부산 동생네와 함께 김장을 하기로 하고 시간을 맞추어 보니 마침 아이들의 쉬는 토요일이 11일 인지라 토요일과 일요일에 걸쳐 김장을 하기로 했다.
날씨만 춥지 않다면 농장에서 1박을 하면서 일하면 좋을텐데 날씨가 허락지 않은 관계로 새벽 일찍 농장으로 출발하기로 했다.
일기예보에서 토요일 포천에 눈이 온다고 하니 여간 걱정스러운것이 아니었다.
부산 식구들에게 있어서는 눈이 온다면 좋은 추억거리가 될 테지만....

새벽 4시에 전 식구가 일어나서 바리바리 짐을 꾸려 농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농장으로 가는 길은 그리도 상쾌할 수가 없었다.
채 잠에서 깨지 않은 아이들과 식구들은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단잠에 푹 빠져있고..

가는길에 물어고개에서 약수물을 떠 가지고 농장에 도착하니 새벽 5시 30분.
단잠에 푹 빠져있던 아이들은 농장에 도착하자마자 자기들 세상이라도 만난듯 추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기 저기를 뛰어 다니느라 난리가 아니었다.
고추며 토마토 등 남겨둔 농작물은 한주동안 얼마나 추웠는지 얼어서 축 늘어져 있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지난주에 고추며 토마토를 모두 따는 것인데.....

청소도 하고 불도 때고 하다보니 어느새 해가 삐쭉 고개를 쳐든다.
추위에 떨고 있던 배추도 따뜻한 햇살 덕택인지 그제서야 방글 거리고..

모두들 옷을 두텁게 껴 입고 일할 채비를 한다.
남자들은 배추를 수확해서 다듬고 나르고 하면 어머니를 비롯한 여자들은 본격적으로 배추 절이기를 시작했다. - 올해는 농장에서 배추를 절이기로 함.

배추를 뽑고 다듬는 것이 힘들 정도로 네 녀석이 보채면서 신이나서 고사리같은 손으로 배추를 옮겨주고 있었다.
그 덕택인지 한결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옮기다 힘이들면 깡통으로 만든 소각로에 고구마를 구워 먹고, 검게 그을린 입을 한채로 서로 먹겠다고 아우성도 치고...
그러다 보니 여기 저기서 시꺼먼 고구마들 뒹굴고 있고.....

3시경이 되어서야 배추 뽑고 절이고 하는 일이 얼추 끝날수 있었다.
오후에 도착한 외삼촌의 차를 빌려서 내년에 쓸 계분퇴비 100포를 준비해서 농장에 쌓아두고, 배추며 무우며 파등 남아있는 농작물을 차에 실고 의정부로 방향을 돌리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 왕방산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에고.
이제 김장할 일이 걱정이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