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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아빠 왕거미야 왕거미~~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8. 21.
2006년 9월 10일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은 어느새 가을이 왔음을 피부로 느끼게 해 주고 있었다.
농장옆 논에서는 황금빛 물결이 출렁이고 길가의 코스모스도 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어 있었다.

봄에 배추로 부터 시작된 일년의 농사가 가을 배추를 수확할때가 되면 끝이나려나......
지난주 300 포기를 심은 배추가 일주일 동안 탈없이 뿌리를 잘 내리고 있었다.
몇몇 놈들은 메뚜기의 등쌀에 그 잎을 모두 뜯기운채로 헉헉 거리고 있었지만....

지난주 들쥐의 공격으로 구멍이 뻥 뚫렸던 고구마 두둑이 일주일 내내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도 더 이상의 피해가 없어보였다.
고구마 맛을 한번 본 들쥐들은 구멍은 내 놓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잘 익은 놈들만 골라서 피해를 준다던데..
고구마 순을 들쳐주고 이번에 먹을 고구마도 몇 포기 캤다.
아직은 채 여물지 않아서 그런지 크기가 들쭉날쭉하였고, 어떤 포기에서는 손가락 정도 되는 작은것이 매달려 있기도 했다.
밭에서 삶아서 먹어 보았는데 그 감칠나는 맛은 뭘로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조금 더 기다려야 제대로 된 고구마 맛을 볼 수 있을것 같다.
두 녀석에게 고구마 캐는 체험을 시키고자 고구마 밭으로 불렀더니 둘째 우현이는 울타리 밖에서 캐는걸 구경만 하고 첫째 용진이는 옆에서 고구마가 보이자 연신 감탄을 내 밷으며, 땅이 단단해서 잘 캐지지 않는 고구마를 자기가 캘 요량으로 쑥 잡아 당기다 그만 부러뜨리기도 하였다.
그러면서도 마냥 신기한듯 재미있어 한다.

다음에는 용진이에게 방울 토마토를 따라고 시키니 커다란 장갑을 끼고 따서 통에 담는다.
그러다 갑자기 기겁을 한다.
"아빠! 왕거미야 왕거미~~~"
그러면서 밖으로 냅다 도망치고는 다시는 들어가려하질 않았다.
사실 나도 거미가 조금은 무섭기는 한데 ㅡ.ㅡ
토마토를 따다가 왕거미를 보았으니 얼마나 놀랐을가^^
밭에 약을 많이 하지 않다보니 땅거미를 비롯하여 큰 거미까지 다양한 종류의 거미가 널려있다.
때로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숫자의 거미들이....
그렇게 놀랐어도 나중에 또 일을 시키면 잘 할것 같다. - 이건 아빠의 희망사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