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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토실토실 밤도 익어가고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8. 21.
2006년 9월 3일 ~ 4일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고 무더웠던 한 해였던 것 같다.
그로 인해 멍들었던 농심들.
많은 후휴증이 있었지만 들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을의 수확을 기대하며 알알이 속을 채우고 있었다.

장마비에 쓰러져서 애를 태웠던 고추들은 아직도 푸르른 잎을 자랑하며 빨간 고추를 뽐내고 있으니 그저 고마울 나름이었다.
230 포기를 심어 이번에 39 Kg 을 수확해서 총 190Kg을 수확했으니 작년에 비하면 엄청난 수확이 아닐수 없다.
3년차 주말농부의 노하우인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내년에도 잘 되리란 보장을 못하는데 이런 착각에 빠지다니... ㅡ.ㅡ

우리의 작은 주말 농장에는 참으로 많은 것들이 심어져 있다.
여름내내 입을 심심치 않게 해 주었던 수박으로 부터 옥수수, 콩, 토마토, 땅콩, 참깨, 고구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들이 옹기종기 모여 부대끼며 자라고 있다.

심는 시기를 두고 많은 저울질을 했던 콩은 심은 시기에 따라 열매가 천차만별이다.
어떤놈들은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땅에 엎어져 있기도 하고 또 어떤놈은 너무도 몸이 가벼워 살랑살랑 거리기도 하니 어찌 같은 밭에서 이리도 다른지 원.....
작년에는 알맹이가 여물지 않아 거의 수확을 못했었는데 그에 비하면 올해는 잘 되고 있는것 같아서 기분은 좋았다.

올해 100 포기 정도만 심으려고 했는 배추는 모종을 같이 사용하기로 했던 분들이 다른 곳에서 모종을 구해 심는 바람에 무려 300 포기를 심어야 했다.
윤달이 있어서 너무 이른것 같아 조금 늦은 8월 14일에 모종을 넣었는데 다른 곳보다 늦어서 같이 심으려 했던 분들이 내심 불안했었나 보다. ㅡ.ㅡ
300 포기를 심으시면서 어머님 왈,
"내 평생 배추 300 포기 심어보긴 처음이네 ㅡ.ㅡ"
전업농도 아닌 주말농부인데 300 포기라니 어지간히 많은 숫자인것은 틀림없나 보다.
이놈들이 잘 커 준다면 이집 저집 배추로 포식할 것 같다. ^^

하늘을 쳐다보니 어느새 밤나무에서는 제법 굵은 밤송이가 토실토실하니 익어가고 있었다.
작년보다는 조금 적게 달린것 같기는 해도 밤송이만 보고 있으면 절로 군침이 돈다.
삶아도 먹어보고 구워도 먹어보고 그 감칠나는 맛이란.....

이번에 고구마 순을 들쳐 주다가 보니 두둑을 무엇인가가 파 헤친듯 하여 이리 저리 살펴보았다.
한곳의 두둑이 좌우로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것이 아니가?
막대기를 넣어보니 무려 50센티 이상 안으로 쑥 들어간다.
엥??
이게 무시기여?
이리 쑤시고 저리 쑤셔봐도 이상하였다.
파 헤쳐진 곳을 흙으로 막고 나서 보니 까만 쥐 한마리가 고구마 두둑을 헤치며 날 가만히 노려보고 있었다.
아니 저 시끼가??
그 놈을 잡으려고 다가가니 땅콩밭쪽으로 후다닥 내 뺀다.
헉.
그럼 저놈이 고구마 밭을????
쥐 구멍에 밤송이를 박아 두면 쥐가 못 나온다는 어머님 말씀에 서둘러 구멍에 밤송이를 막아 두었다.
그런데 잠시후에 보니 막은 옆으로 새로운 구멍이 하나 뻥~~~~ ㅡ.ㅡ
애써 키운 고구마를 이놈들이 먼저 시식을 하다니 ㅠㅠ
그래서 한 포기를 조심스럽게 파 보니 자주색의 먹음직스런 고구마가 보였다.
호미와 꽃삽으로 캐려하니 땅이 돌 처럼 단단해서 영 캐지질 않았다.
2포기 캐는데 팔뚝이 아플 정도라니 ㅡ.ㅡ
2포기에 고구마 6개..
처음이다 보니 제대로 된 수확량인지는 모르겠다.
크긴 해도 아직은 캘 때가 아닌것 같은데 쥐 때문에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다.
이번주에 농장에 가면 다시 점검해 보고 캐던가 말던가 조치를 취해야 될 것 같다.
우리 아이들 먹일것도 없는데 짜식들이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