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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뉴스

2년간 경매로만 20억 벌었죠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8. 14.

2006년 12월 19일

"자기 집이 경매 처분되는 것을 당하고 보니 거꾸로 경매에 대한 눈이 트이더라고요."
`경매 박사` 한정희 씨(37)는 과거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쓰라린 경험을 통해 명도(집 비우기)를 당하는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한씨는 "경매 주택의 임차인이나 소유자들은 낙찰 후 찾아온 새 주인이 반가울 리 없어요"라면서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하면서 마음을 여는 것이 명도의 첫 걸음입니다"고 말한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2004년 외환은행의 구조조정으로 평생 직장의 꿈을 접은 한씨는 퇴직금과 여윳돈으로 무역업, 여행사 대리점 등 각종 사업에 손댔다가 말 그대로 전 재산을 날렸다.

친구인 동업자에게 사기를 당해 청주의 집까지 경매로 넘어가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서울 강남 등지서 음식점 허드렛일을 통해 배운 기술로 음식점을 내기 위해 경매 법정을 찾았다는 것.

한씨는 "경매로 가게를 낙찰받으면 권리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에 착안했어요"라며 "경매 투자의 원칙은 자연스레 저평가된 물건 찾기가 된 셈이죠"라고 말했다.

음식점 대신 경매 투자를 택한 한씨는 최근 2년 동안 아파트 토지 등 10여 건의 물건을 낙찰받아 20억원대 알부자 대열에 올라섰다.

올 7월 감정가 1억8000만원짜리 일산 중산동 소재 아파트가 2회 유찰돼 1억1520만원에 나왔다.

남들이 말하는 `강남권 블루칩`은 아니었지만 현 시세 2억3000만원으로 최저 입찰가와의 차이가 1억원 이상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찰되는 물건은 언제나 속사정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수익률을 크게 깎아 먹을 수 있는 선순위 임차인이 버티고 있었다.

한씨는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임차인을 만나보고 법적 권리가 없는 `가장 임차인`임을 알아챘다.

한씨는 "여러 번 탐문해보니 임차인이 소유자였던 형에게 빌려준 돈을 보증금으로 권리 신고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자신감이 생긴 한씨는 1억8500만원을 입찰가로 써내 다른 입찰자 7명을 제치고 최고가 매수인이 됐다.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2억8000만~3억원을 형성하고 있다.

올 6월 충북 괴산에 위치한 감정가 6000만원 상당의 650평 대지가 나오자 한씨는 새벽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지방으로 내려갈 때의 원칙은 항상 남루한 차림에 작업복과 운동화, 삽 등을 챙겨간다는 것.

한씨는 "말쑥하게 차려입고 땅 보러 왔다고 하면 땅 주인이 좋아할 리 있겠습니까"라며 "농삿일 도와드릴 각오로 찾아가는 셈이죠"라고 말했다.

국도 2차로에 접해 있는 목 좋은 땅이 첫 경매에서 유찰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소유주가 만든 축사 창고 등은 법적 지상권이 있어 현 주인이 버티기로 나서면 낙찰자라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밭과 대지, 농가주택으로 이뤄진 땅 소유자인 김 모 노인과 말을 트기 위해 한씨는 두 시간가량 농삿일을 도왔다.

김 노인과 대화가 시작되자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해결됐다.

올 가을 수확 때까지만 명도를 미뤄주면 순순히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한씨는 지역 이장과 원로들을 두루 만나며 현황을 파악한 끝에 땅 시세가 평당 30만원을 호가해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6500만원에 낙찰받은 이 땅은 이후 평탄화 작업을 통해 현재 2억6000만원의 가치로 재탄생했다.

한씨의 경매 투자 원칙은 `열정과 근면`으로 요약된다.

한씨는 저평가된 물건을 찾아 발품을 판다면 작은 투자금으로도 상당한 목돈을 쥘 수 있다는 교훈을 들려준다.

그렇다고 그가 경매 투자에서 성공 가도만 달린 건 아니다.

한씨는 "한 번은 충주 땅에 입찰했다가 2000만여 원의 계약금을 날린 적도 있다"며 "당시 경매 정보지에 나온 사진만 보고 현장 답사를 게을리한 것이 실패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경매 아파트 고가 낙찰에 대해선 걱정이 앞선다고 말한다.

한씨는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높지 않아 강남 경매 시장에는 구경도 안 간다"면서 "유망 아파트 물건은 정부 정책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는 데다 내년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기에 입찰하기가 꺼려진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문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