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3일
연접개발 제한지역으로 묶이면 ‘죽은 땅’ 돼
내년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경기도 김포 장기면 소재 임야 1500평을 처분하려던 이준환(45)씨는 요즘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문의해보니 땅값이 3년 전 매입 금액(평당 75만원)에도 못 미친 평당 20여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인근에 들어서는 대형 물류창고가 원인이 됐다. 한 개발업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접한 임야(9880평)에 창고 건축허가를 받으면서 ‘연접개발 제한’에 걸려 금쪽같던 땅이 하루아침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이기찬(55)씨는 재작년 경기도 용인 양지면 제일리에 소재한 임야 520평을 구입했다. 개포동 아파트를 처분하고 전원주택을 지으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용인시 처인구청에 허가를 신청했으나 불허가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바로 옆에 1만여평 규모의 전원주택단지가 개발되면서 ‘연접개발제한(이하 연접제한)’에 묶인 때문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평당 50만원에 구입한 임야가 지금은 평당 10만원에 내놔도 거들떠 보는 사람이 없다.
‘연접제한 족쇄’ 땅시장 위축
토지시장에 ‘연접개발 제한규정’ 비상령이 떨어졌다. 수도권 신규 개발지역을 중심으로 이 규정에 묶여 하루아침에 몸값이 반 토막난 임야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접제한이란 비도시지역 등에서 이미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곳(임야)의 면적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인접한 임야의 추가 개발을 규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제도에 따르면 이미 허가를 받은 토지A의 면적이 3만㎡(1만여평, 관리지역 임야 기준)을 넘으면 인접한 토지B(토지A의 경계선 반경 500m 이내)에서는 주택 신축 등의 개발행위가 불가능해진다. 비록 토지A와 B의 사업 주체와 시기가 다르더라도 동일사업으로 간주해 허가면적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쪼개짓기(연접개발)’를 막기 위해 인접지역에 개발되는 택지는 하나의 택지로 간주(연접합산)해 난개발을 방지한다는 취지로 2003년 도입됐다.
적용대상은 2003년 10월 이후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지역과 인접한 곳에서 신규 허가를 신청하는 임야다. 이때 인접 지역의 허가방식이 대지조성사업이나 지구단위계획일 경우에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컨대 인접 지역에 최근 3년 이내 1만평 이상의 전원주택단지가 들어섰더라도 대지조성 사업방식으로 개발됐다면 주변 임야의 허가는 가능하다는 얘기다. 연접제한이 개발행위허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연접제한으로 묶인 임야 집 못지어
특히 임야의 피해가 큰 편이다. 연접제한지역으로 묶이면 전답(田畓) 등은 주택과 근린시설(제1종)의 건축이 가능하지만, 임야(林野)에서는 주택신축 등을 포함한 모든 개발행위가 금지된다. 전답과는 달리 임야는 까다로운 산지관리법 규정을 적용 받는 때문이다.
산지관리법 시행규칙 제18조에는 임야의 경우 기개발지 경계로부터 직선거리 500m까지는 신규 허가신청지를 포함한 합산면적이 3만㎡를 초과하면 모든 개발허가를 금지하도록 돼 있다.
정부는 당초 전답 등에서도 주택과 근린시설(제1종) 등을 개발행위 제한대상으로 지정했다가 민원이 잇따르자 재작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을 개정해 연접개발 제한대상에서 이를 제외시켰다.
산림청 산림정책팀의 정경득씨는 “대부분 난개발이 임야에서 이뤄져 다른 곳보다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다만 종전 허가지와 신규 허가 신청지 사이에 폭 20m 이상의 도로 등이 있으면 허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분리요건을 충족하는 임야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산서비스 이종창 대표는 “전답과는 달리 임야는 국도 등 도로와 연결된 곳이 많지 않다”며 “때문에 물류창고 한두개만 들어서도 주변 임야 6만평이 죽은 땅이나 다름없게 된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피해사례 급증
최근 대형 물류창고 등의 신축이 늘고 있는 화성ㆍ평택ㆍ김포ㆍ용인ㆍ광주 등 수도권지역이 연접제한의 최대 피해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물류창고 등의 허가가 크게 완화된 지난해부터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화성시의 경우 올해 전체 개발행위 허가신청 건수(2000여건) 중에서 연접규제로 개발이 불가능한 임야로 판명된 곳이 200여 건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두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라는 시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올해 들어 한달 평균 20여건의 연접규제 피해 민원이 들어왔다”며 “업무시간의 대부분을 관련 상담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시도 최근 연접제한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산림과 이정호씨는 “하루 상담 10여건 중 연접 관련 민원이 상당수”라며 “대부분 해결방법을 묻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상황도 비슷하다. 인허가 대행업체인 용인 중앙토목측량설계공사의 이봉림 대표는 “최근 개발행위 인허가 대행을 신청한 임야의 60∼70%는 연접규제에 묶여 허가가 불가능한 땅으로 판명되고 있다”면서 “내년 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오래 묵은 땅을 팔려다 뒤늦게 자기 땅이 쓸모없게 됐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선개발도 피해방지 요령
연접제한지역으로 묶인 땅은 개발이 크게 제한되는 만큼 몸값도 크게 떨어진다. 특히 규제지역으로 묶이면 쓸모없는 땅이 되는 임야는 가격 하락폭이 더 큰 편이다. 경기도 광주 부동산백화점공인의 조명자 실장은 “개발이 가능한 임야는 평당 40만원선이지만 연접제한을 받으면 아예 시세조차 형성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연접제한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한 뾰족한 방법은 없다. 우선 임야를 매입하기 전에 해당 지자체를 통해 연접제한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에서도 이미 허가를 받은 땅만 확인해 주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곳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는 얘기다.
때문에 처음부터 도로여건이 좋아 향후 물류창고 등이 들어설 가능성이 큰 곳은 아예 매입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상책이다.
이미 임야를 매입해둔 상태라면 수시로 주변지역 인허가 상황을 파악해 일일이 대처할 수 밖에 없다. 이미 허가를 받아 개발이 진행중이면 때는 늦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때문에 주변 임야의 지번을 확인해 해당 토지의 인허가 신청서류 접수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주변 임야가 개발됐더라도 매입해둔 임야의 면적이 3000평이 넘는다면 지구단위계획 수립 절차를 밟아 개발이 가능하다. 연접제한이 개발행위허가만을 규제하는 때문이다.
다른 임야보다 먼저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하는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한다. 토지전문업체 다산서비스의 이종창 대표는 “연접개발은 선개발하는 임야에 우선권이 주어진다”며 “임시방편으로 남보다 한발 앞서 허가를 받아 조립식주택이라도 지어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민원 잇따르자 완화 움직임
연접개발제한이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민원이 잇따르자 지자체별로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김포시는 지난해 7월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폭 20m 지형지물 분리요건을 10m완화시켰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는 국도, 지방도(폭 20m 이상) 등에 의해 기존 허가지역과 분리됐을 때만 허가가 가능했으나 지금은 시도(폭 10m 이상) 등에 의해 분리됐을 때도 허가를 내주고 있다. 하지만 혜택을 보는 임야는 많지 않아 지금도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파주시도 지난해 연접개발 제한 규정을 완화시켰다. 평택시도 최근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청 한 관계자는 “난개발 방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연접개발제한이 신종 재산권 침해라는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며 “유아원, 중소제조업체, 복지시설 등은 대상에서 제외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연접개발 제한 규정 알면 낭패 안 본다
■ 토지 AㆍB가 임야인 경우
○ AㆍB 사이 거리가 500m 이내일 때
-A의 면적이 3만㎡ 초과하면 B는 개발 불가( 단 A와 B 사이에 폭 20m 이상의
하천, 공원 등 지형지물이 있으면 개발 가능)
-A의 면적이 3만㎡ 미만이면 B는 개발 가능(개발 면적은 ‘3만㎡-A의 면적’ 만큼만 가능)
○ AㆍB의 거리가 500m 초과일 때
-B는 개발가능
■ 토지AㆍB의 지목이 서로 다를 경우
-거리에 상관 없이 허가 가능
-A는 임야, B는 전답. A는 전답, B는 임야. A와 B가 전답인 경우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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