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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뉴스

전원주택과 전원마을의 현실과 비전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8. 14.

2006년 12월 21일

전원주택이 변하고 있으며 전원마을도 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만들어졌던 많은 전원주택단지들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보다 부동산적 가치를 더욱 중시해 조성되었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이유로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원마을의 문제점과 진정한 의미의 전원마을을 생각해봅니다. 앞으로 전원주택들은 뭉칠 것 같습니다. 이미 뭉치고 있습니다. 경치 좋고 으슥한 곳을 찾아 개별적으로 지어지던 전원주택이 한 곳으로 모입니다.

최근까지도 전원주택은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일부 층의 관심사항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시민들의 경제수준이 높아지고 휴일의 증가 등으로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전원주택이 급속히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역격차가 줄어든 것도 전원주택의 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평범한 도시민들도 안락한 노후생활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주거와 휴식공간을 자연환경이 좋은 교외지역에서 찾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과거 경관 좋은 곳, 남들 눈에 띄지 않은 산속이나 계곡 등을 찾아 한 채씩 지어지던 매니아급 전원주택들이 마을 가까운 곳이나 도시기반을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전원주택이 한 채 지어지면 그 주변으로 급속히 늘어 자연스럽게 전원마을이 형성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나 홀로 지어지던 개별전원주택보다 기반시설이 좋은 단지형태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늘고 있습니다.
단지형태로 개발되는 전원마을은 어울려 살 수 있는 이웃이 있고 개발회사에서 일괄 개발 후 분양하기 때문에 땅 구입에서 집짓기까지의 과정에서 신경 쓸 일이 없으며 기반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생활하기 편리한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공동시설들을 이용해 재미있게 전원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전원마을 찾기 힘들어

하지만 현재 개발되고 있는 전원마을 중에서 이런 장점들을 고루 갖추고 있는 곳을 찾기 힘듭니다. 단지 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나 공동시설은 부족하다 못해 아예 없어 말만 전원마을이지 도심의 단독주택이나 별 차이 없습니다.

토지 비용을 알뜰하게 챙기기 위해 공유면적은 최소로 줄이고 개별면적을 높이다보니 마을에서 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은 전혀 없습니다.

개발을 통한 수익성이 떨어지든가 위험요소가 있으면 개발자들은 애초 소비자들에게 했던 약속을 어기는 것은 다반사고 사업진행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 주민들만 큰 피해를 봅니다.

그러다보니 수요자들에게 전원마을의 신뢰도는 매우 약한 것이 현실입니다. 전원마을들이 이런 한계를 보이는 이유는 우선 마을 주민들의 생활보다 부동산 투자를 부각해 기획하기 때문입니다. 땅을 나누어 소유권만 확보해 주면되고 분양받는 주민들도 그 마을에서 내 땅이 몇 평이고 경계가 어디까지인가에 우선 신경을 씁니다. 내가 소유할 수 있는 땅의 넓이와 향후 투자가치에 신경을 쓰다보니 마을 내부의 기반시설이나 생활여건 등은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전원주택은 전원생활에서 출발해야만 합니다. 부동산 투자보다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편하게 살 수 있는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만들어야 합니다. 전원마을도 마찬가지입니다.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마을 개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전원주택단지들은 지적도, 필지(가)분할도, 조감도 정도 갖추어 놓고 분양을 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개발이라기보다는 땅을 쪼개 파는 행위에 그칩니다. 이렇듯 계획이 어설프다보니 진행과정에서 바뀌는 것들이 많고 모양도 제대로 잡히지 않습니다.

타운하우스, 코하우징 등 다양한 형태 시도

이런 전원마을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나섰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전원마을을 조성해 도시민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민간에서 하는 것보다 규모가 크고 뜸을 많이 들이고 있습니다.

각종 편의시설과 공공시설들을 제대로 갖춘 곳들도 많습니다. 수요자들은 이런 마을들이 공공성을 띠고 있어 우선은 믿을 수 있다고 반깁니다. 민간에서도 기존의 전원마을에서 탈피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을 늘이고 개인 소유 부지면적을 줄이는 타운하우스입니다. 타운하우스는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장점을 살린 주거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내부구조를 가진 2~3가구가 벽이 붙은 형태로 한 건물 속에서 생활합니다. 기존 연립주택이 단층별로 세대가 분리되는 것과 달리 타운하우스는 수평으로 나눠 각 세대가 복층구조를 갖습니다.

벽을 공유하기 때문에 건축비가 10%정도 절감되며 대지경계선에서 상대방과 1m이상 이격거리를 둬야 하는 일반 단독주택에 비해 택지소요면적을 30%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마당은 구분해 따로 사용할 수도 있고 공동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타운하우스란 이름으로 개발이 되고 있지만 공공시설이나 편의시설 여건은 취약합니다.

코하우징(Cohousing) 형태의 단지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협동(Cooperative)이란 의미를 갖고 있는 코하우징은 동호인들이 모여 공동체 생활을 하는데 가치를 두고 형성되는 마을입니다.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거실과 부엌, 세탁실, 회의실, 어린이놀이방 등을 두고 주민들이 모두 참여해 마을을 관리 운영합니다. 단 소득원은 세대별로 분리되어있어 공동 생산 공동 분배의 의미는 없습니다. 경남 산청 안솔기마을 등이 있지만 아직은 시험단계입니다.이런 추세에서 볼 때 향후 전원주택은 단지형태, 마을형태로 많이 개발될 것입니다.

이런 마을들은 단순히 땅과 집이 모여 있는 의미에서 벗어나 어울려 살 이웃이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놀이와 문화가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될 것입니다. 주민의 구성방법도 공고를 통해 모아들이는 방법에서 탈피해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같거나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 뜻이 맞는 동호인들이 모이는 형태가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이렇듯 제대로 된 마스터플랜과 의식을 갖고 조성되는 마을들은 산발적으로 조성되는 전원주택들의 난개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속에 사는 주민들의 삶의 질도 한층 높여줄 것입니다.

전원마을조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공법이나 건축공법에 치우쳐 보기 좋은 공간, 기능이 뛰어난 공간을 만드는 것에만 신경 쓰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어울릴 수 있는 이웃이 있고 그들과 더불어 삶의 가치를 높여갈 수 있어야 좋은 전원마을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