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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콩밭을 매고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8. 14.
2006년 7월 8일 ~ 9일

장마와 함께 태풍이 올라온다고 한다.
아파트 앞 텃밭의 작물이 자라는걸 보면서 농장에 심어둔 고추며 고구마 옥수수 등의 성장을 상상하며 하루하루 궁금증과 걱정으로 일주일을 지내게 된다.
일주일 동안 오락가락 하면서 비를 뿌리더니 토요일은 구름사이로 언뜻언뜻 파란 하늘이 보이고 있었다.

농장에 도착하면 밭을 한바퀴 휘~ 둘러보고 나서야 짐을 정리하게 된다.
그 동안의 궁금증의 해결이라고나 할가.......
일주일 동안 주인과 떨어져 있어도 뿌리를 깊게 내리고서 주인을 반가이 맞아 주는 작물들....
어떤때는 참으로 신기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되는것 같다.
아주 작은 한알의 씨앗이 땅의 기운으로 싹을 틔우고 이제는 자기의 몸짓을 한껏 키우고 있으니 그 생명의 신비로움이란 참으로 오묘한것 같다.

비교적 늦게 씨를 넣은 옥수수 인데도 키가 3미터는 되는것 같아 보였다.
울타리 밖에서는 옥수수들의 키재기로 인해 안을 들여다 보기 조차 힘이들 정도이고, 길게 드리우고 있는 연노랑 수염들은 수확의 날을 기다리며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가을에 가장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할 것 같은 기대에 마음은 하늘로 붕 뜨는것 같다.
우리집 첫째는 아침 저녁으로 옥수수 두자루씩을 식사 대용으로 먹겠다고 하니.....

농장에만 가면 일들이 스스로 찾아와 주었는데, 이번에는 일이 썩 많지 않았다.
고추에 석회보르도액과 은행잎 추출액과 영양제를 섞어서 뿌리고 콩이 쓰러지지 않게 북주고 수박 곁가지를 정리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는것 같았다.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얼치기 농부로서의 소임을 다 할것 같았다.
아버지께서는 용진이와 우현이를 데리고 개울로 다슬기를 줏으러 가셨고, 아이들은 처음 잡아보는 다슬기가 마냥 신기한듯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는것 같았다.
점심후에 개울로 내려가 다슬기를 잡아 보태니 한끼 국거리는 충분히 되는듯 했다.

잔뜩 구름낀 하늘에서 갑자기 굵은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하고, 우리는 서둘러 짐을 챙겨 집으로 왔다.
그렇게 농뗑이를 쳤는데도 시간이 더디가는걸 보면 일거리가 많이 줄기는 했는듯 싶다.
다음번에는 시간을 만들어 가까이 있는 허브랜드나 신북온천에 다녀와야겠다.

태풍과 장마로 인한 비 피해가 없는 한주가 되어야 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