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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반가운 손님과 차창밖의 개구리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8. 14.
2006년 7월1일 토요일.
평소보다 일찍 밭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있는데 반가운 손님이 오셨다.
우리밭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가까운 곳에서 몇년 동안 주말농장을 하고 계신 김순옥씨 내외였다.
밭으로 오시는 두분 내외는 온화함이 그득한 얼굴에 웃음을 가득 앉은채로 방문해 주셨다.

아직 짐도 채 풀지 않은 터라 어수선한 가운데 손님 맞이를 하여서 그런지 죄송스럽기까지 했다.
밭으로 들어오시면서 첫 마디가
"여기 고추는 나문데, 우리집 고추는 풀이에요..."
그러면서 몇 년째 계속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고 계신다고 하셨다.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기란 여간 힘든것이 아닌데, 두분의 모습을 보니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2년동안 무농약으로 고추며 배추에 도전을 했지만, 수확이 시원찮아서 관행농법으로 농사를 지은 배추며 고추를 살 수 밖에 없었던 경험이 있어서 지금은 저농약으로 밭을 가꾸고 있는데, 그것에 굴하지 않고 무농약으로 농사를 짓고 계시니 ....
시간이라도 있었으면 상추며 부추며 파 등 먹거리를 좀 드렸으면 했는데, 정신이 없다보니 그도 생각을 못했으니... ㅠㅠ
나중에 같이 삼겹살 파티를 같이 하면서 오늘의 아쉬움을 달래야 될 것 같다.

일요일 짐을 챙겨서 집으로 오는 차속에서 우리집 둘째가 소리친다.
"아빠! 창문에 개구리가 붙었어요"
가만히 보니 정말 차 유리창에 개구리 한마리가 착 달라 붙어있다.
나름대로는 심각한듯 달리는 차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듯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덕에 식구들 모두는 밭일의 힘든것도 모른채 개구리 재롱을 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시속 60킬로를 넘게 달리는데도 신기하게 떨어지지 않고 더 안정감있게 달라 붙는것이 아닌가?
무려 20분 가까이 달리는 차 유리창에 붙어 있었으니 태어나서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긴 긴 여행을 했을것 이다. 공포의 긴 여행.....
그러다가 신호대기중에 슬금슬금 차 지붕위로 올라가버렸는데, 그 후로는 어찌 되었는지????
어쩌면 의정부까지 붙어 왔을지도.....
아니면 중간에 떨어졌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