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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주렁주렁 고추총각 오손도손 수박처녀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8. 14.
2006년 7월 1일 ~ 7월 2일

장마비.
주말농부와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인것 같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햇볕이 내리쬐나 어둠이 찾아와도 주말농부는 그런것에는 전혀 무관심하게 농장으로 향해야 될 운명...
이번 토요일에도 날씨가 썩 좋지는 않았다.
일기예보는 일요일에 비가 온다고 하니 걱정이 앞섰다.

일주일에 한번씩 돌보는 작물들이라서 더욱 가슴 졸이게 하였다.
이번주는 우리밭 가까이에서 주말마다 텃밭을 가꾸고 계시는 손님이 찾아오셨다.
도착하자마자 오셔서 차 한잔 대접하시 못한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이제 농작물은 무서운 기세로 크고 있는것 같았다.
늦게 심었다고 생각했던 옥수수도 이미 사람키를 훌쩍 뛰어넘어 수술을 하늘높이 드리우고 있었고, 지난주에 뜯었던 부추는 새싹을 10센티 정도 밀어올리고 있었다.
콩밭 사이에 심어둔 옥수수며 고구마 땅콩 할 것 없이 제법 잘 크고 있는것 같아서 기분이 붕~~~~~^^

지난주 한 덩어리 밖에 보이지 않았던 수박.
이번주에는 여기 저기에서 덩치를 키우느라 정신없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은 흡사, 오손도손 모여 시집갈날을 기다리며 낭군님을 그리워하는 처녀의 모습 그것이었다.
수박을 보고선 둘째 우현이는,
"아빠! 수박이 많이 컸지요~~~~."
"그래 얼마만 하던?"
"이만큼요" 하면선 두 손을 모아 공처럼 모양을 만들었다.
"우현아, 너 머리 만하던?"
"네~~"
나날이 커가는 수박이 우현이에게는 무척이나 신기한가 보다.
아직 익지 않았다는 이야기에 수박 먹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데, 밭에 있는 먹거리 중 첫째로 수박을 꼽는다.
아마도 수박처녀의 시집은 우현이 입으로 가장 먼저 갈 것 같다.

고추밭의 고추들은 지난주에 비료를 주어서 그런지 짙은 푸른색의 잎사귀들은 바람결에 살랑살랑 미소짓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좋아서 활짝 웃고 있는지...
저마다 주렁주렁 고추를 달고서 네것 내것 그러면서 서로 키재기를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웃음뒤에 가리워진 진실은 아닐련지...
어떤놈은 약이 올라 메콤한 맛으로 혀를 유혹하고 어떤놈은 무엇이 수줍은지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두 해의 고추 농사에서 썩 잘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실하게 잘 자라고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석회보드로액과 은행잎 그리고 목초액을 혼합해서 뿌려 주어서 그런건가?
이번 장마에 얼마나 잘 견뎌주려는지?
그 이쁜 고추에 병이나 나지 않으려는지?
사춘기를 지나야 어른이 되듯이 아직 많은 시간의 시련들이 있으리라.
주렁주렁 고추총각.
빨갛게 잘 익은 모습으로 장가갈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