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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쬐끄만 땅에 많이도 심었네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8. 4.

2006년 5월 7일

초여름처럼 더위가 장난이 아니었다.
일찍 고추를 심지 못했음인지 아버지께서 고추를 심지 않음을 후회하시는 듯 하였다.
날씨가 워낙 좋으니..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어머니께서 고추를 심으로 가자고 하신다.
이미 아파트 앞 텃밭을 임대해서 주말농장을 하시는 분들이 고추며 고구마며 여러가지 작물들을 심으시고 키우기에 여념이 없으니 안달이 날만도 하시지....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고추를 심기로 하고 포천 밭으로 슝~~
진짜로 날씨가 장난이 아니었다.
차를 밖에 세워 두었기 때문에 그 열기로 인해 차안은 완전히 찜통 같았다.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포천으로 향하니 상쾌한 바람이 콧끝을 스치며 노래하고 있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종묘상에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거렸고, 바쁜 농부들의 손끝을 보니 심을 때가 된것을 피부로 느낄수 있었다.
매년 단골로 가던 종묘상에서 고추며 토마토며 여러가지 모종을 구입했다.
여러가지 종류에 포기수는 쥐꼬리 만큼 ㅡ.ㅡ
영양제와 쇠스랑 물조루까지 포함하여 계산하니 무려 7만원..
엄청난것 같았다. - 주말농부의 수준에서는....

전날 비가 충분히 와서 그런지 밭은 촉촉히 젖어 심기에 적당해 보였고, 날씨도 좋은것이 빨리 뿌리가 활착할 수 있을것 같았다.
개울물은 전날의 비로 인해 콸콸콸 힘찬 소리를 내고 아래로 아래로 이동하고 있었고, 때이른 무더위에 건너편 집으로 마실 온 사람들이 개울물에 발담그면서 더위를 식히느라 여념이 없었다.

작년에 고추 농사를 실패보는 바람에 올해는 좀 적게 심기로 하고 고추를 심었는데도 200 포기 넘게 심었다.
제대로 수확하면 우리 먹을것은 충분할 것이다.

고추 220 포기, 토마토 32포기, 오이 8포기, 방울토마토 3포기, 단호박 3포기, 가지 2포기, 마디호박 3포기, 청양고추 5포기 등등....
가지수만 수두룩......
집에서 먹을것만 수확하려는 생각으로 여러가지 심기는 했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
쬐끄만 땅에 심기는 어찌 그리 많이 심었는지.

지난주 맘 졸이며 심은 고구마는 살며시 새순을 내비치며 살짝 웃어주고 있고, 굳은 땅을 뚫고 올라온 감자는 힘찬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힘들게 돌을 골라내고 거름을 뿌리고 정성껏 씨를 뿌렸음인지 하나 둘씩 봄 기운에 저마다 방긋방긋 거리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야릇해 지기도 했다.

주말 농부로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도중에 아버지께서 도데체 몇 종류를 심었는지 궁금해 하시길래 우리밭에 심겨진 작물을 손꼽아 보았다.
헉.
그 쬐끄만 밭에 엄청나게 많은 작물이 서로 부대끼며 살고 있다니 - 우리 먹을 거리 밖에 안되지만..
무려 31 종류 ㅡ.ㅡ
앞으로 더 심을것 생각하면 40 종류는 될 듯 싶었다.
수확의 기쁨을 맛보기까지 아직은 멀고도 먼 여정이 남아 있지만 마음은 행복에 겨워 하늘로 붕 뜨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