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는 농작물들

2006년 5월 18 ~ 19일

봄 가뭄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는듯 땅은 바짝 메말라 헉헉 거리고 있었다.
저번주에 물을 충분히 주었는데도 밭은 습기가 거의 없이 먼지만 폴폴 날리고 있었고, 배추며 열무 등은 아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축 늘어져 있었다.

18일 오후에 밭에 도착해서 물을 충분히 주니 그제서야 갈증이 해소된듯 고개를 쳐들었다.
날은 가물었지만 감자, 고구마, 옥수수, 고추, 토마토, 오이 등 근심과 걱정속에서 심었던 작물들이 하나 둘 제자리를 찾아서 자리잡고 있었다.
주중의 밭농사를 물주기부터 시작하고 나니 어느듯 해는 뉘엿뉘엿 왕방산 너머로 사라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1박 2일의 밭일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그리 여유롭지 않기 때문에 밤 늦게라도 일을 좀 해야 될 듯 싶어서, 고추지주대 세우기를 시작했다.
그 와중에 전등이 수명이 다 되어서 불도 없이 깜깜한 밤에 후레쉬에 의존해서, 올초에 강릉에서 공수해온 대나무 지주대를 세웠다.
이러다가 진짜로 올빼미 농부가 되는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ㅡ.ㅡ

멀리 보이는 깊이울 유원지에서는 식당의 간판 불빛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개구리들은 개굴개굴 특유의 장기 자랑을 하고 있었다.
시골의 조용함 때문인지 그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려 왔다.

5월 중순의 기후를 너무 얕잡아 보았음인가?
4월 말에 1박 하면서 추위에 밤을 지새웠는데, 그새 그걸 까맣게 잊어버리고 반팔에 이불하나 달랑 몸뚱이에 걸치고 잠을 청하니 쌀쌀함이 장난이 아니었다.
이리뒤척 저리뒤척.....
할 수 없이 새벽에 이불하나를 더 덮었는데도 춥긴 추웠다. ㅠㅠ
그렇지 않아도 감기에 몸도 성치 않았는데 ㅡ.ㅡ
아침에 전기 담요위에 올라가서 숙면을 취하긴 했는데도 영 몸이 개운치 않았다.

몸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일은 해야 되니...
농사란 때가 있으니 때를 놓치지 않으려 하니 어찌하랴.
이것이 주말 농부의 어려움이 아닐련지...

오이와 호박, 토마토용 삼각지주대를 세우고, 검은콩 심고 감자 북주고 석회보르도액과 은행잎 희석액을 섞어서 고추에 뿌리고, 그리하다보니 또 훌러덩 하루가 지나버렸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리 힘들게 일을 한것 같지가 않은데, 온 몸이 쑤시고 머리가 어질어질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다.
아마도 몸의 상태가 썩 좋지 않아서 그런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무생각없이 집에 빨리 가서 눕고만 싶었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