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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비 오는날 농장에서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8. 4.
2006년 5월 26일~27일

올해는 작년보다 비가 많이 오는것 같다.
작년에는 가뭄으로 인해 고생을 많이 했던 기억이 있는데 - 패트병을 100 여개 구해서 메마른 고추에 물을 주었던...
그것도 힘이 들어서 딱 한번 물주기를 했는데, 올해는 때마춰 비가 내리니 좋기만 하다.

주말농부다 보니 파종시기를 맞추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농사 일이란 때를 놓치게 되면 안 되는것인데..
지난주 참깨와 검은콩을 심고 이번주에는 흰콩을 심을 차례였다. 콩 심는 시기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설왕설래하지만, 먼저 심은 사람들의 콩밭에서는 콩이 한뼘 가까이 자라고 있으니 아직 밭도 갈지 않은 우리는 급하기까지 하였다.

일기예보에서 금요일 토요일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스럽지만 어쩌랴.
비속에서도 콩심기를 해야지.....
지금까지 일기예보가 잘 맞지 않았으니 이번에도 무사히 지나가길 기원하며 농장으로 갔다.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농작물들은 제법 많이 커 있었다.
토마토는 곁순이 원순인냥 뽐내고 오이는 쬐그맣고 앙증맞은 열매를 맺고 있었고 배추는 커다란 잎으로 땅을 덮어버리고 의젓히 서 있었다.
일주일 사이에 이리되다니 그저 놀랄 뿐 이었다.
오후 늦게 농장에 도착했기에 얼마되지 않아 어둑어둑 어둠이 짙게 깔렸다.

멀리 깊이울 유원지의 식당 불빛만 깜박깜박 졸고 있을 뿐 주변은 깜깜한 어둠속이었다.
식사후 애들이랑 옆지기랑 시간을 내어 산책을 하였다. 어릴적 시골길을 걷던것을 상상하며 후레쉬하나 달랑 들고서...
그런데 우리집 두 녀석이 후레쉬 하나를 두고 서로 찾이하겠다고 동네가 떠나가라고 싸우고 있었으니.
에고..
다음에는 후레쉬를 하나 더 마련해야 될려나 보다.
조금 걷더니 둘째가 힘든지 아니면 떼 쓰는지 돌아가자고 해서 얼마가지 못하고 산책을 중지했다.
날이라도 좋았으면 달빛과 어울려 좋았을것을...

아침 늦게 일어나던 습관도 밭에서는 소용이 없음인가?
새벽부터 밭일에 매달린다..... ㅠㅠ
이러다가 진짜루 골병들라..... ㅡ.ㅡ

콩 심을 이랑을 쇠스랑과 괭이로 만들고 있는데, 짙은 먹구름과 함께 비가 왕방산으로 부터 밀려와 어느샌가 후두둑 거리고 있었다.
에구.. 큰일났다.
오늘 놓치면 콩농사가 절단인데 ㅡ.ㅡ
비가 제법 세차게 내리고 어느샌가 고추고랑엔 물이 가득하였다.
자연배수를 생각해서 배수로를 내지 않았는데 물이 많이 고이는걸 보니, 다음에 오면 배수로부터 정비해야 될 듯 싶었다.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가 가늘어지고 잠시 주춤해지자 아버지께서 괭이를 들고 나선다.
오늘 심어야 된다면서 ㅡ.ㅡ
그래서 온 식구가 응차 응차 ...
조금 하다보면 하느님이 잠시 쉬라고 비를 뿌려주고, 비가 잠잠해지면 다시 응차 응차...
작년에 그리도 돌을 골라내었는데 아직도 바위같은 돌은 사람을 골탕먹이고 있으니...
이러기를 여러차례.
만세! 드디어 콩을 다 심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옷은 흠뻑 젖고........
그래도 콩을 다 심었으니 한시름 놓았다.

다음부터는 심은 작물 관리하면서 풀뽑고 비료주고 시간봐서 배수로 정비하고 개울로 내려가는 계단 만들고...
틈틈히 할 수 있는 일인것 같다.
휴~~
올해 농사의 큰 일들을 해결하고 나니 이제서야 안심이 되는것 같다.
정성을 기울였던 만큼 가을의 풍요로움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