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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얼치기 주말농부가 틀림없나 보다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8. 4.
2006년 6월 3일 ~ 4일

토요일 늦은 오후.
이것 저것 챙겨서 밭으로 향했다.
트렁크가 별도로 분리되지 않은 승합차에, 병해충을 이겨내고 풀 자람을 방지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마늘대를 잔뜩 얻어서 싣고 가다보니 마늘 냄세가 차안 가득히 베어 있는듯 했다.
말대로 효과만 있다면야 이까짓 냄세쯤이야~~~~

해가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시간의 흐름은 무시할 수 없는듯 어느새인가 살포시 고개를 쳐든 반달이 왕방산 꼭대기에 턱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서둘러 싣고 온 마늘대를 고추 고랑 사이에 펴면서, 며칠 사이에 훌쩍 커 버린 배추며 오이 토마토들의 미소짓는 모습을 바라보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내일 얼마나 고생이 될지는 생각도 못하고서 ㅡ.ㅡ

이번에는 크게 어려운 일이 없으리라는 가벼운 생각에, 일요일 오후에는 아이들과 개울에서 놀아주기로 둘째 우현이와 철떡같이 약속을 하고 종이배 만들 재료를 잔뜩 준비해 왔었다.

일요일 오전에 배수로 작업을 끝내고 편하게 하루의 일과를 시작했다.
고추며 참외 수박 등에 영양제도 주고, 물이 부족한 작물에는 물을 흠뻑 뿌려 주고 토마토며 오이도 손보았다.
울타리 곁에 심어진 딸기 몇개는 빨갛게 익어 어느새인가 아이들의 배속으로 훌러덩 들어가고..
2주일 동안 집에서 모종한 옥수수는 실하게 커서 포트 속에서 산들산들 날씬한 몸매를 뽐내다가 콩 사이 사이에 옮겨 심고나자 이제야 제집을 찾은 듯 의젓한 모습으로 살포시 웃음을 지었다.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개울에서는 때이른 피서객 - 동네 꼬마 녀석들과 반도를 들고 온 마을 어른들 - 이 물놀이에 정신이 없었다.
빨리 일을 마치고 아이들과 더불어 개울로 슝~~~
하고자 했는데 생각만큼 쉽사리 일이 끝나지 않아서, 할 수 없이 애들 엄마에게 아이들 물놀이를 부탁하고 밭일에 열중하다 보니 버~~~~ㄹ써 해가 뚝 ㅡ.ㅡ
이제는 끝내야 겠다 생각했는데 어머니께서 고추끈을 묶자고 하셨다.
에고..
220 포기 고추끈을 묶고 나니 깜깜해 지고 옆 논에서는 개굴이들이 더위를 식히며 합창대회를 하고 있었다.

ㅠㅠ
오늘도 하루가 훌러덩 지나가 버렸다.
별루 한 일도 없었는데.....
진짜루 다음주에는 일거리가 적어지겠지 ㅡ.ㅡ

농사일 제껴 두고 개울로 내려갈 생각을 하고 있으니 얼치기 주말농부가 틀림없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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