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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배오는 날 농장에서 2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8. 4.
2006년 6월 9일 ~ 10일

어찌된 셈인지 농장에만 가면 비오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예전에 콩을 심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런데, 천둥과 번개에 우박까지 내린다니 이번 비는 어째 기분이 영 이상하였다.

다행이 농장에는 우박이 내리지 않았지만,굵은 빗줄기가 쉼없이 농막 지붕을 휘감아 도는 바람에 금요일 저녁에는 밤잠을 설치면서 노심초사 하기까지 했다.

주말을 이용한 농부다보니 시간을 알토란 같이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되는데 현실은 영 협조를 하지 않는다.
목요일부터 오락가락 하던 비때문에 많은 우려를 했지만 시간을 늦출수 없기에 바리바리 봇따리를 차에 싣고 농장으로 갔다.
지난주 손가락 만하던 오이는 제법 커져서 따 먹을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고추며 토마토 옥수수 등 여러 작물들이 한주만에 많이 커져 있었다.
이러니 시간을 놓칠수가 없지 않은가?
이번에는 옥수수 모종을 콩밭에 띄엄띄엄 심고, 팥 심고 하고나면 일이 쉽게 끝이 날 줄 알았는데, 옥수수 모종 옮기기는 아예 손도 대지 못했다.

그뿐인가.
아이들을 위해 아예 작정을 하고 물놀이 기구 - 튜브 - 를 준비해 갔으니, 아이들 마음이 얼마나 들떴을가.
그런데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까지 쉼없이 비가 내리고 있으니 즐거워야 할 애들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해 튜브를 가지고 농막이 부셔져라 레슬링에 여념이 없고, 애들 엄마는 애들 간수에 애간장이 탔다.
어머니와 나는 일을 못해서 애간장이 탔고 ㅡ.ㅡ

비가 쉼없이 오다보니 감자밭은 강풍에 엉망이 되었고 고추는 세찬 바람을 견디지 못해 땅을 애인삼에 포옹 여념이 없었으니,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은 어찌했을가?
에고...
애써 심은 작물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어찌할수 없는 마음에 우산과 우의를 동원해서 고추끈을 묶으면서 땅과 애인삼은 고추들을 떼어 놓으니 그제서야 고추가 바짝바짝 힘을 자랑하였다.
그리곤 넘어진 감자를 조심스레 추스려주고, 빗물이 줄줄 흐르는 상추를 솎아내고 열무를 뽑아내는 등 빗속에서 장난이 아니었다.

그 와중에서도 아버님은 개울로 내려가는 계단을 만들어야 된다면서 나를 닥달하시니 ㅠㅠ
할 수없이 비를 쫄쫄 맞으면서 계단만들기도 하고 ㅡ.ㅡ
아버지는 농작물을 키우는건 대충 대충 될대로 대라는 식이고, 계단을 만든다던가 원두막 지붕의 비가림 작업, 배수로 작업 등 토목공사에 관심이 더 많은것 같다.
아마도 적성이 맞으셔서 그럴듯......

여유있게 일을하고 애들이랑 물놀이 하면서 개울에서 다슬기나 좀 잡아볼 요량이었는데 비 때문에 얼치기 주말농부 노릇도 못하고....
일을 하는둥 마는둥 빗속을 헤매고 난 후 상추며 열무 치커리 등을 수확해서 외삼촌을 비롯한 지인들과 나눠 먹었다. 빗속에서의 수확이라서 엉망이라서 나눠 주는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배추 농사 3년만에 배추가 이쁘게 알이 차고 있는데, 다음주부터 장마가 온다니 걱정을 한아름 가슴에 품고 있다.
웬 장마가 이리 빨리 오는겨 ㅠㅠ
이번주 농장에 가서는 배추를 거둬야 될 것 같은데, 수요일 목요일에 또 비가 온다고 하니 ㅡ.ㅡ

씨를 뿌리고 가꾸고 거두는 일련의 일 속에서 한시도 눈을 떼기 힘들고, 모두 거둬들이고 난 후에야 한시름 놓게 되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배추부터 시작해서 올해의 알찬 수확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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