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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정성껏 가꾼것에 대한 보답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8. 4.
2006년 6월 17일~18일

5월말부터는 주말만 되면 비가 오락가락해서 주말을 이용하는 주말농부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봄에 정성껏 모종낸 배추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건실하게 잘 자라고 있는데, 주중에 3~4일을 쉼없이 비가 내렸으니 이만저만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지난주에 속이 잘 차고 있는 배추를 보고 왔는데, 그리도 비가 내렸으니 오죽 답답했을가...
이번에도 토요일 일요일에 비가 온다고 하니, 배추를 뽑아야 되는데 비 때문에 걱정이 태산같았다.

그런 걱정을 하늘이 알아 들었음인지 이번에는 비 대신 따가운 여름 햇살을 하염없이 내려 주었다.
그 덕에 더위로 몸은 파 김치가 되어서 삼복 더위를 맞은 개 마냥 헉헉 거리면서 밭에서 일을 하였으니....
그렇게 걱정하던 배추는 다행히 아무 탈없이 잘 자라 주어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밭에 오신 외삼촌 등 모두의 얼굴에선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일요일 새벽에 눈을 뜨니 시골의 여름 향기가 주변에 그득했고, 아래 개울에서는 물놀이 온 팀들로 북적거렸다.

지난주에 옮겨 심어야 되는데 비 때문에 시기를 놓친 옥수수 모종을 옮겨 심고, 아버지께서는 익은 완두 콩을 수확하고, 어머니께서는 열무를 외삼촌은 상추며 치커리며 얼갈이 배추를 뽑아서 손질하시면서 연신 싱글벙글 하셨다.

토마토며 옥수수며 땅콩 감자 등 모든 작물들이 건실히 자라고 있는데, 이놈의 오이가 노균병이 들어서 영 형편없이 되어서 걱정을 한아름 안게 되었다
다음에 갈때 약을 줘 볼까도 생각하는데 지금 약을 주어서 괜찮을지 확신도 안 써고 ㅠㅠ....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따다 주신 완두콩을 열심히 까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마냥 신기하겠지..
옆지기는 완두콩이 어디서 왔는지 밭에서 아이들에게 보여 주라고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보여주지 못했다. 다음에 가면 그것부터 보여주어야 겠다.

점심식사를 하고 그 동안 수확한 배추를 뽑았다.
총 71포기
10 포기 정도는 속이 덜 찼지만 2쪽을 내어서 김치 담기는 충분한듯 했다.
정성껏 가꾼것에 대한 보답을 농작물이 했음이었을까?
배추를 뽑는 어머니의 얼굴에서는 연신 웃음이 가시지 않았고, 손질 하시는 외삼촌 역시 기분이 좋으신듯 했다.
외삼촌과 배추를 나누고, 주변분들에게 또 몇 포기씩 나누고 나머지는 김치를 담기로 했다.
50포기 가까이 되는 배추이다 보니 김치 담기도 보통일이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정성껏 가꾸고 그리고 수확물 안았을 때의 기쁨.
늘 수확할 때만 되면 가꿀때의 고생은 잊어버리게 되는것 같다.

배추를 시작으로 감자며 토마토며 옥수수 고추 등 수확물이 나올때 마다 기쁨이 배가 될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