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2일.
예년과는 달리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하루의 일교차로 인해 여름을 느끼기에는 아직 이른감이 있었지만, 5월인데도 불구하고 한여름 날씨와 같은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
어린이날 고추를 심고 난 후 고추가 이제서야 땅내를 맡았는지 조금씩 크는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에 고추 지주목으로 대나무를 썼는데, 고추가 주렁주렁 달리다 보니 여름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지주목이 버티지 못하고 부러져서 1/3 정도가 넘어져 버린 기억이 있는터라 올해는 보다 튼튼한 지주대를 준비하기로 했다.
아파트는 농장에 필요한 여러가지 도구들을 갖추는데 참으로 좋은 장소인 것 같다.
쓰다 버리는 조그만 다라며, 빨래 건조대, 마포 자루대 등 다양한 것들이 쓰레기 더미와 함께 뒹굴어 다닌다.
그것들을 조금씩 조금씩 모아두다 보면 농장에서는 굳이 돈을 들이지 않아도 필요한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 지주대도 마찬가지였다.
작년부터 모아둔 파이프와 빨래 건조대(쇠로 만들어진 것)며 쇠파이프가 제법 밭에서 사용할 정도의 숫자가 되다보니 지주대를 사지 않아도 되었다.
아침부터 모아둔 재료들을 톱으로 다듬어 지주대를 만들고 고추 지주목을 세우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흔들흔들 거렸는데 올해는 땅에 완전히 박혀서 단단한게 흔들거림이 없었다.
고추옆에서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리라..... 아버지와 내가 지주목을 박는 동안 어머니는 파를 옮겨 심고 한창 크고 있는 마늘이며 감자며 강낭콩 등 여러 작물들을 손질하셨다.
약을 치지 않아서 벌레들의 먹이가 된 열무며 배추를 보면서 연신 궁시렁 궁시렁 하면서..... 작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몸집을 늘려가는것 같은 느낌이고, 주중에 심은 고구마도 심고 나서 비가 와서 그런지 거의 다 살아서 꿈지럭 거리고 있었다.
작년에는 너무 빨리 고구마를 심어서 그런지 추워서 그런지 힘을 펴지 못하면서 빌빌 거렸었는데, 올해는 늦게 심은데다가 때맞춰 비가 와 주는 바람에 쉽게 살아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울타리에 심어 둔 서광꽃, 분꽃, 봉숭아, 채송화 등 여러가지 꽃들도 하늘을 향해 머리를 삐쭉삐쭉 내 비치고, 보리수는 작년과 같이 하얗고 이쁜 꽃을 선사해 주었다.
원두막 옆에서는 두 꾸러기들이 지들만의 놀이터에서 흥겹게 우당탕쿵탕 거리며 놀고 있었다.
아파트에서 버리는 침대 받침을 가져다 두개를 붙여서 평상을 만드려고 하는데, 그것을 임시로 붙여주었더니 그게 신이나는지 그 위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다. 그 조그만 공간이 지들만의 놀이터가 된 것이다.
이렇게 주말농장은 여러가지 일들과 함께 또 하루의 일과를 마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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