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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뉴스

“농업도 아이디어 있으면 대박”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7. 25.

2005년 3월 24일

“농업도 가공·관광산업과 연계하면 엄청난 부가가치가 있습니다.”

잘 나가던 직장생활을 접고 20대에 귀농한 젊은이가 매년 15만여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허브농장을 만들었다. 경기도 화성시 매송면 이종원(45)씨의 원평허브농원에는 지난해 한달 평균 1만2000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이씨가 직접 만든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지금까지 94만여명이 찾았고, 고정회원만 6000명이 넘는다. 강의실 등을 갖춘 4000여평의 농장에 80여종의 허브를 키우고 있는 이씨는 허브 비누·샴푸·차·방향제·베갯속 등을 만들어 한해 5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이런 이씨도 지난 1988년까지는 서울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전형적인 도시사람이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유명 제화업체에 입사, 여러차례 표창을 받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속에서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비정함이 싫다”며 6개월만에 사표를 던진 그는 당시 퇴직해 농사를 짓고 있던 아버지를 따라 화성으로 내려갔다.

처음에는 유기농 상추와 시금치 등을 키워 팔았지만 별 소득없이 고생만 했다. 그는 “눈이 오는 날 채소를 실은 경운기를 몰고가는데 옆을 지나던 자가용 안에서 측은하게 나를 쳐다보던 비슷한 또래 운전자의 눈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를 악문 이씨는 농사도 배워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원에 입학했다. 여기서 만난 것이 향기 나고 먹을 수 있는 허브. 이씨는 허브가 도시사람들의 취향에 맞겠다는 생각에 채소밭에 허브를 심기 시작했다. 이씨 아버지는 “먹는 음식을 기르는 밭에 이상한 풀을 심는다”며 1년여간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아들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이씨는 허브농장이 제 모습을 갖춰가자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네티즌들을 상대로 허브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허브에 대해 아는 것은 인터넷에 모두 쏟아놓았다”며 “방문객들이 묻는 것은 마주앉아 대답하듯 자세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홈페이지에 글을 쓰는 생활이 3~4개월 계속된 뒤 농장에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씨는 이들에게 4000원짜리 허브차를 마시면 화분 하나씩을 무료로 골라 갈 수 있도록 배려했고, 허브를 이용한 70가지의 가공품을 만들어 팔았다. 이중 비누 등은 관람객들이 직접 만들어볼 수 있게 했다. 또 야외농원은 주말농장으로 분양하기도 했다. 이씨에 대한 소문은 금세 퍼졌고 이후 농원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허브박사’로 불리면서 농장으로 벤처기업 인증까지 받은 이씨는 “농업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대박사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봉현기자 bhcha@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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