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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

마지막 남은 벌레들을 소탕하라.

by 늙은여우한마리 2016. 9. 27.

현재 나는?

도시의 옥상텃밭 - 텃밭이라야 화분 몇개지만 - 에 농사를 짓고 있는 도시농부다.

농사를 짓는 분들이 보기엔 애들 장난처럼 보이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농사에 전념하고 있다.

8월 15일 경 배추 모종으로 부터 시작하여 40일이 조금 지난 시점까지 옥상텃밭에서 배추를 재배하고 있다.

매일 매일 배추 벌레를 잡아가면서 - 농약은 극소로 - 배추벌레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거의 매일 20~30 마리의 배추벌레를 잡아 온 터라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남아 있는 잔당을 소탕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이제는 배추벌레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배추벌레 잡는 방법을 바꿔보았다.

나중에 뒤짚어 보았던 화분을 처음으로 뒤짚으면서 벌레 사냥에 나섰다.

첫 화분에서 한마리.....

흡족한 결과였다.

이제는 진짜 거의 다 잡았나 보다.

음흐허허~~

두번째 화분에선...

흐억..

무려 8마리 ㅡ.ㅡ;;

갑자기 머리에서 진도 5.8의 지진이 일었다.

한 화분 두 화분을 들춰가면서 벨레잡기를 하다보니 힘이 쭉쭉 빠진다.

어떤 놈은 그 크기가 무려 1.5 센치가 되는 정예병으로 성장해 있기도 했다.

잎이 아닌 배추 밑둥에서 부터 생장점을 갉아 먹고 있지 않은가?

배추 잎이 멀쩡해서 그냥 두고 지나쳤던 화분에선 하얀색으로 위장복을 입은 채 노란 속살까지 파헤치고 있었다.

그 동안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는듯이, 흡사 독일군에 저항하는 프랑스 레지스탕스 처럼 줄기차게 저항하고 있었다.

이쯤되면 잔당 소탕 작전이 아니라 적 섬멸 본 작전이 아닌가?

ㅠㅠ

사태가 이럴진대, 하루라도 잡지 않으면 어찌될가 덜컥 겁이나기 시작했다.

오늘 잡은 배추벌레만 해도 무려 60~70 마리.

26포기에서 그 정도 잡았으니 적은 숫자는 아닐 것이다.

며칠 잡지 않았다면 무려 몇 백마리가 배추 속을 헤집었을 것이 아닌가??

끈질기게 저항하던 일본놈들에게 슈퍼 울트라 원폭으로 항복을 받은 것 처럼 대책이 있어야 한다.

어떤이는 배추벌레를 나무젓가락에 매달아 공포를 유발 하기도 했고, 또 어떤이는 비닐 봉지 속에 배추벌레를 잡아 두었다가 화영식을 거행하기도 했다 한다.

난 어찌해야 되는가?

오늘 집으로 택배 올 제충국을 이용하여 배추벌레와 싸워가려 한다.

이미 속이 차고 있는 배추잎 여기저기에 숨어서 게릴라 활동을 하고 있는 터라, 제충국이 얼마나 효과적일 진 모르겠지만 제충국으로 배추벌레 방제에 나서볼가 한다.

배추벌레와의 전쟁을 벌이는 중 잔잔히 비가 내리며 마무리를 제촉한다.

그래도 배추들은 주인의 노력에 보답하 듯 좁은 화분속임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 보람에 벌레와 전쟁을 하는 것인가???

비록 몇 포기 되지 않지만, 마음만은 몇 만포기 배추를 재배하는 대농이 아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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