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원뉴스

2만달러 시대 걸맞은 농촌주택을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9. 2.
우리나라 농촌 풍광이 많이 좋아졌다. 특히 산림녹화가 잘돼 있어 중국 사람들은 한국에 도착한 첫인상으로 울창한 나무숲을 꼽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도 발전이 더딘 부분은 농촌주택이다. 슬레이트 지붕이 아직도 많다. 간혹 함석 지붕을 인 집도 눈에 띈다. 색깔도 빨강, 파랑, 주황 등 아주 원색적인 모습으로 농촌의 좋은 풍광을 해치고 있다. 슬래브 지붕 벽돌집도 주위환경과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국적 불명 건축물 같다.

70년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한 새마을운동의 직접적인 동기는 볏짚 지붕 일색이던 농촌주택 개량에 있었다. 겨울철 농한기를 이용해 시멘트, 슬레이트 등 건축자재를 지원해 볏짚 지붕을 슬레이트로 개량했던 것. 당시로선 엄청난 변화였다.

70년 1인당 250달러였던 국민소득이 2만달러로 늘었으나 아직도 농촌주택은 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농촌 어디를 가나 검은색 기왓장을 얹은 여러 형태의 일식 목조주택을 볼 수 있으며,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도 역사적 또는 문화적 컬러를 가진 집이 농촌 풍광을 더욱 멋스럽게 한다.

현재 한국농촌공사에서 보급하고 있는 표준설계는 이용자의 가족 수 등 주택 크기에 따라 다양한 표준설계를 보급하고 있으나 개별 입지가 갖고 있는 독특한 주위 환경에 어울리는 주택 건설에는 미흡하다.

늦었지만 새로운 차원에서 농촌주택 표준설계를 만들어 보급해야 할 시점이다.

첫째, 우리 전통적인 한옥과 현대적 주택이 조화하는 새로운 독창적인 한국풍 농촌주택을 설계해야 한다.

둘째, 다양성을 크기에만 둘 것이 아니라 입지 조건에 따라 산림지역, 평야지역, 강가 또는 바닷가 특성을 살려서 설계하고 기후 조건에 따라 눈이 많이 오는 지역, 바람이 센 지역이나 남향ㆍ서향 등도 고려함으로써 수요자 요구에 맞는 맞춤형 표준설계가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설계의 표준화ㆍ공장제조화를 더욱 확대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한다면 가격 면에서도 매력이 있을 것이다.

고층 아파트와 빌딩숲인 대도시와는 달리 농촌에는 우리 문화가 조금이라도 깃들어 있고 주위 풍광과 어울리는 농촌주택이 많이 보급돼야 한다.

그래야 도시와 농촌 간 부동산 가격차도 좁아질 것이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도시와 농촌 사이의 양극화 문제 해결을 농촌에 공장을 짓고 기업을 유치하는 데서만 찾을 것이 아니고 농촌을 아름답게, 살기 좋게 만드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이방주 부동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