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들이 그리 만만히 보였더냐?(2005년 10월 3일)

성토후 계속되는 터 가꾸기 작업.

일주일에 두 차례 정도씩 밭에서 돌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면서, 부산에 있는 동생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SOS를 쳤다.
답변 역시 농담반 진담반으로 흔쾌히 돌을 골라 주러 의정부로 올라 온다고 하였다.

추석날.
동생 내외는 시댁에서 추석 차례를 지낸후 휭하니 의정부로 왔다.
그 동안 체력 단련을 해 두라했는데 했는지 잘 했는지......
동생 내외는 기대반 우려반 - 땅이 산골 어느 귀퉁이에 위치 한걸로 착각. - 으로 자신 만만하였다.

훌륭한 일꾼을 얻은 식구들은 추석 다음날 아침 일찍 서둘러 밭으로 향했다.
추석날까지 비가 와서 우려가 되었지만, 월요일부터 비가 오지 않는다는 일기 예보를 믿고 1박 2일 예정으로 텐트 2개에 이불 보따리를 들고서....
밭에 도착한후 동생 내외의 반응은 마냥 싱글벙글 거리면서 좋다는 감탄사만 연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반 정도 돌을 골라낸 밭을 보더니 이정도 쯤이야 하루 일거리도 안된다고 큰 소리 뻥뻥쳤다.
'아니 이 녀석들이 돌들을 그리 만만히 보면 안될텐데....'
반나절 텐트를 치고 저녁에 불 피울 나무를 준비 하면서 연신 자신 있다는 표정이었다.
점심 식사후 드디어 괭이와 호미, 곡갱이로 무장하고 터 고르기 작업에 돌입.
ㅋㅋ
한 고랑 돌고르기를 하더니 동생 내외의 얼굴은 어느새 붉게 물들고 있다.
동생은 하늘이 핑핑 돈다고 하소연이고, 매제는 연신 "에고 허리야" 를 외치면서 "이거 장난이 아니네요" 를 거푸 뿜어 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장모와 내가 쉼 없이 일하니 마음놓고 쉬지도 못하고 ^^
악몽 같았던 하루가 지나고 저녁에 하루의 피로를 풀겸 모닥불을 피워놓고 아이들의 재롱을 보면서 하루를 마감하였다.
그 다음날 계속된 강행군에 거의 녹초가 되다 시피 했으니.. 에고 미안혀라 ^^
"이넘들 돌 고르는 일이 그리 만만히 보였더냐!"
동생 내외가 그리 힘들었지만, 재미는 있었으리라

ㅡ.ㅡ

부산에 내려간 동생 내외는 거의 다운되었다고 하는데, 그 다음날 동생이 하는말이
"그 당시에는 죽을것 같더니, 하루쉬고 나니 그것도 할만하데....."

ㅡ.ㅡ

그러면서 나중에 또 도와 주러 온다니 고마울 다름...

이렇게 추석 연휴를 포천땅에서 돌과 놀면서 금년 추석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