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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비가 오긴 했지만....

by 늙은여우한마리 2013. 6. 3.

2008년 4월 27일 일요일

일기예보에서는 일요일 부터 비가 그치고 날씨가 좋아진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도로는 새벽에 내린 비로 젖어 있었고, 도봉산 자락에 위치한 아파트는 안개로 인해 안개비가 하얗게 내리고 있었다.

날씨가 좋아진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농장으로 고추를 심으로 갔다.

집을 나서 10분이나 길을 나섰을까?

차창으로 한 방울 두 방울 빗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에고... ㅡ.ㅡ;;

고추를 심으려고 하는데 비라니 ㅠㅠ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기 시작했고, 농장으로 향하던 핸들은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일기예보에 날씨가 좋다고 하니 그냥 가자고 하신다.

할 수없이 농장으로 가긴하는데 어찌될지 영 불안하기만 했다.

포천까지 가는 길은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비 때문인지 한가하기만 했다.

포천 농약사에 들러서 고추 모종과 토마토, 수박, 참외 등을 사는 중에도 가는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렸다.

이런 날씨에 농장일을 제대로 하려는지 원..

그치지 않는 비로 인해 농장에 도착해서도 일을 할 엄두는 못하고 농막속에서 전기 담요를 펴 놓고 잠을 청했다.

연신 후두둑 거리는 비소리에 잠인들 제대로 잘수 잇으랴......

11시가 지나면서 비소리가 가늘어지면서 잠잠해 졌다.

서둘러 점심을 챙겨먹고 작업복에 장화를 주섬주섬 껴 신고 밖으로 나와 농장 여기 저기를 둘러 보았다.

땅은 질퍽질퍽 거리고, 구름을 잔뜩 머금은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 부을 기세였다.

하늘 한번 쳐다보고 땅 한번 내려보고, 조심조심 고추 모종이며 토마토 모종이며 수박, 참외 등 모종을 내려 놓고 일할 준비를 했다.

커다란 밀짚 모자를 쓰시고 계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어느덧 자세가 잡혀있었다.

 

역시 농사일 할때는 밀짚 모자가 제일인가 보다.

저리 자세가 잡히니.....

 

고추 모를 가져다 놓고 한 포기 두 포기 심어나가니 그제서야 하늘이 환하게 햇살을 내비춰 주었다.

고추는 열대성 작물이라서 날씨가 좋은 날 심어야 발 뿌리가 잘 내리는데, 비 온 뒤지만 햇살을 비춰주니 다행스러웠다.

올해는 작년보다는 비싼 고추모를 준비했고 심는 시기도 작년보다 일주일이나 빨리 심었다.

 

그러다 보니 고추모는 튼실하고 좋은데 너무 일찍 심어 냉해 피해를 입지 않을가 우려가 되었다.

일찍 심어 붉은 고추를 한번이라도 더 따내려는 욕심 때문인데 어찌되려는지...

심어놓고 나니 가지런히 줄지어 있는것이 보기는 좋은데, 고추를 휘감아도는 심한 바람의 놀림에 견디지 못하고 흐느적 거리는 놈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사실 밭을 갈고 준비하는 과정이 좀 힘들어서 그렇지 모종을 옮겨 심는 것은 그리 힘드는 작업이 아니다.

그저 구멍뚫고 모종 집어넣고 흙을 덮어주면 그만....

원두막 옆 딸기 밭에서는 딸기꽃이 하나둘 피면서 열매 맺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작년 밭에서 따낸 딸기를 냉동실에 넣어 천연 딸기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주었더니 우리집 둘째가 올해도 그렇게 하자며 잔뜩 기대하는 눈치를 주었다.

둘째를 위해서라도 잘 키워야 되는데....

지난주 싹을 틔울 준비도 안했던 강낭콩이며 완두콩은 어느새 땅을 뚫고 나와 몸집을 키우고 있었고,

 

마늘밭 옆에서는 파들이 실처럼 삐죽삐죽 하늘로 고채를 쳐들고 있었다.

통통하게 살이 붙은 마늘의 몸집에선 짙은 마늘향이 배어나는 듯 코를 자극하기도 햇다.

 

두 종류의 마늘종자 중에 싹이 안 나온다고 어머니에게 구박을 받았던 마늘은 먼저 나온 놈들 보다 더 실하게 커 가고 있었다.

그걸보고 어머닌 이제서야 입에 미소를 머금으며 기뻐하셨다.

비가 오는 날씨였지만 주말농부의 하루는 큰 탈없이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었다.

비가 오면 오는대로 걱정, 안 오면 안 오는대로 걱정스러운것이 주말 농부의 현실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