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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그럭저럭 준비는 되어가고 있네

by 늙은여우한마리 2013. 6. 3.

2008년 4월 12일

새벽 5시.

간만에 주말 농부가 새벽부터 바삐 설쳤다.

주말에 자주 내린 비로 인해 밀린 농장 일을 처리하려면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 지난주에 어느정도 일은 하긴 했어도....

일찍 서두른다고 했는데도 의정부를 출발하려니 환하게 아침이 밝아 오고 있었다.

새벽이라서 그런지 공기는 맑고 상쾌했고, 지나다니는 차들이 많지 않아서 포천 농장까지 가는데 평소 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농장에 도착해서 아침을 먹고 준비를 하니 시간이 8시가 훌쩍 넘어간다.

주섬주섬 장화를 껴 신고 원두막 옆의 딸기밭을 먼저 손 보기로 했다.

노지에서 자라는 딸기다 보니 새순이 움트는것이 늦는듯 하다.

풀을 뽑아주고 그 밑을 짚으로 깔아주고 나니 제법 번듯한 딸기밭이 만들어졌다.

 

내가 딸기밭을 손보는 동안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는 고구마며 땅콩 심을 곳의 풀들을 뽑아 퇴비더미에 함께 쌓아 두셨고, 집사람은 겨우내 동면을 취하다 파랗게 자라고 있는 시금치며 쪽파를 뽑고 손질을 하였다.

우리집 꾸러기 두 녀석은 망가진 자동차에 끈을 매달아 농장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녔다.

형은 앞에서 끌고 동생은 차에 타고....

 

뭐가 그리 좋은지 용진이의 이마에 땀이 줄줄 흐르고 있는데도 입에서는 마냥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다가 개울에가서 물고기를 잡는다며 설치기도 하고...

지난주, 농장의 절반을 갈았는데 오늘은 나머지를 갈아야 된다.

그래야 올해 농사일정에 차질이 없을 것 이다.

작은 몸집을 하고 있는 관리기를 깨워서 쟁기질을 하니 투덜투덜 거리면서 발발 거렸다. - 가볍고 크기가 작아서 내가 눌러주고 밀어주고 해야 되었지만......

 

땅이 메말라 있는데다 관리기가 소형이다보니 작업이 더디고 힘이 들었던 것이다.

쟁기질하고 로타리를 절반밖에 하지 않았는데 벌써 점심식사 시간이 되었다.

에휴~~

아직 절반밖에 못했다고 어머니께서는 이만저만 안달이 아니셨다.

쟁기질을 다 해 둔 상태라 오후의 작업은 그리 힘들지 않았으나, 로타리를 치고 두둑을 만드는 일을 모두 마쳐야 되므로 잠시 쉴 틈도 없이 움직였다.

두둑을 짓고 쇠스랑으로 땅을 고르고 나니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참깨 비닐을 씌웠다.

 

그 동안 콩밭 만들고 고구마밭과 땅콩밭 준비를 하고 나니 하루해가 뉘엿뉘엿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때 주말농부의 머리를 쓰치는 생각하나..

ㅡ.ㅡ;;

 

시간에 얶매이지 않고 충분이 일을 할 수 있는 농부가 왜 이리 부러운지....

작은 관리기를 눌러주고 밀어주고 하다 보니 온몸이 녹초가 다 되었다.

아마도 화요일이나 되어야 몸이 풀릴듯 하다.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하루해를 보면서 어설픈 주말농부는 올해도 대풍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