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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포천에도 봄이 왔나보다.

by 늙은여우한마리 2013. 6. 3.

2008년 4월 5일

요즘은 주말이나 공휴일만 되면 비가 와서 주말농부의 맘을 힘들게 하고 있다.

3월 들어 주말마다 비가 오는 통에 올해 농사 준비 시기를 놓칠까봐 어머닌 여간 안달이 아니었다.

아파트 앞의 주말농장에는 봄 채소를 심고 고추심을 두둑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분주한 모습이고 산의 나무들은 새순으로 파랗게 물들여지고 있었다.

일기예보에서는 내일(일) 비가 온다고 했는데 도통 믿을수가 있어야지 원..

비가 오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에 포천으로 향했다.

2년전 포천 선단동에서 수지침 봉사를 할 때 침을 맞으신 분으로부터 석회비료를 얻어 농장에 도착하니 시간은 11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ㅠㅠ 게으름 때문인지 요즘은 농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는 것 같다.

의정부에서는 개나리가 몽우리를 틔우고 있는데 아직 포천농장 주변에선 그런 낌새는 없었다.

겨우내 얼지 말라고 덮어둔 짚을 치우고 나니, 푸른 잎으로 키재기를 하는듯 줄지어 서 있는 마늘의 모습에서 봄이 옴을 느낄 수 있었다.

 

종류의 마늘을 심었는데 일찍 싹이 튼 것이 있는 반면 아예 움쩍도 하지 않은 것도 있었던 터라 집에서 어머니랑 마늘을 깊이 심어서 그렇네 마네 하면서 언쟁을 하기도 했었는데, 짚을 다 걷고 나니 늦게 움튼것도 제법 많이 자라있었다.

그걸 보면서 종자 탓이이라 여기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석회 비료와 농협퇴비를 뿌리고 고추비료를 뿌린 후 밭을 갈 준비를 하였다.

지난 가을 마늘을 심고 가동하지 않았던 소형관리기가 은근히 걱정스럽기도 했다. - 작년봄에 시동이 꺼져서 고생했던 터라..

밭으로 옮겨놓고 시동을 거니 걱정을 말끔히 해소시키 듯 경쾌한 소리를 내었다.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고추 심을 밭 이랑은 만들어 두어야 한다.

그래야 순조롭게 준비가 될 것이다.

점심을 먹고 나니 2시가 넘은 시간.

 

200평 땅의 절반이 채 못되는 면적이지만 소형 관리기로 쟁기질하고 로타리 치기에는 시간이 넉넉치 않았다.

게다가 관리기의 무게가 가볍다보니 땅을 깊게 갈아주지도 못하고 앞으로 힘차게 나가기도 쉽지 않은 터라 내가 눌러주고 밀어주어야 원활한 작업이 된다.

그러니 얼마나 힘이 드는 작업이랴~~.

쟁기질에 로타리에 고랑을 만들고 그리고 나서 두둑을 완전히 정리하기까지 시간이 허락하려는지...

내가 밭을 만들고 있는 사이에 어머니는 파씨를 뿌리고 강낭콩 완두콩을 심었고, 아버지께서는 배나무를 뽑아내고 - 주변의 향나무 때문에 병으로 배나무가 잘 자라지 못해 뽑기로 함 - 대신 포천 나무시장에서 사온 사과나무를 심기로 했다.

 

휘어진 것은 옆에 나무를 세워 묶어 두기도 하면서...

재작년에 심은 것은 올해 한 두개 열매가 열릴것 같은데 이것은 언제 또 키우나 ㅡ.ㅡ;;

원두막 옆에서 새순을 틔운 딸기는 5월 중순이면 우리집 두 개구장이의 멋진 먹거리가 될 것이다.

작년 아버지께서 모르고 가을에 잎을 몽땅 잘라버려 절반이 넘게 죽었지만........

 

이틀에 걸려 할 일을 하루에 끝내려니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관리기를 눌러주고 밀어주느라 부딛혀서 무릎옆은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몸은 녹초가 되었다.

에고.. 비만 오지 않았다면 쉬엄쉬엄 천천히 하면 되었을 것을... ㅠㅠ

작업을 끝내고 나니 어둑 어둑 어둠이 짙게 깔리고 있었다.

아직 준비해야 될 일이 많다.

고구마 두둑 준비해야 되고 땅콩도 심어야 되고 옥수수도 심어야 되고......

이제부터 행복 끝 고생 시작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