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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뉴스

무공해 김장배추 직접 키웠어요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9. 9.
15일 오후 청계산 자락인 서울 서초구 원지동의 대원농장. 이곳 1만6500m²(약 5000평)의 밭에는 배추와 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었다.

서울 중구 신당동에 사는 김길난(62) 씨와 부인 황성혜(61) 씨는 이날 김장에 쓸 배추를 수확하기 위해 출가한 두 딸과 함께 대원농장을 찾았다.

대원농장은 올해 서울시로부터 ‘친환경 텃밭농장’으로 지정된 25곳의 주말농장 중 한곳. 10대째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대원(53) 대표가 18년째 운영하고 있다.

김 씨 가족이 이곳에 텃밭을 마련한 것은 지난해 봄.

김 씨는 “처음에는 ‘상추라도 직접 키워서 먹어 보자’며 시작했지만 지금은 가족이 모여 땀을 흘리고 신선한 먹을거리를 마련하는 재미에 틈날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며 활짝 웃었다.

이들 가족은 연간 10만 원을 내고 10m²(약 3평)의 땅을 재배하고 있다.

큰딸 상미(32) 씨는 “봄부터 가지 고추 토마토 상추 등을 심어 나눠 먹었고 마지막으로 김장용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아스팔트에 둘러싸여 사는 아이들도 텃밭을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상미 씨는 “작은아이가 야채를 잘 먹지 않았는데 이곳에 와서 직접 물을 주고 야채를 키운 다음부터는 ‘내가 기른 것’이라며 잘 먹게 됐다”고 말했다.

갓 돌이 지난 아들을 데려온 작은딸 하경(27) 씨도 “주말이면 텃밭 때문에 세 식구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고 했다.

올해처럼 김장 재료의 값이 비싼 해에는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한국물가협회 등이 예상한 올해 4인 가족의 김장 비용(소매가 기준)은 지난해보다 20%가량 오른 20만 원대 초반.

하지만 이 농장의 회원인 1500가구는 각 가정에 배당된 10m²의 땅에 9월 초 배추를 심어 평균 24포기씩 수확했다. 4인 가족이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그는 데 적당한 분량이다.

배추와 함께 심은 무 총각무 갓 등 다른 김치 재료도 덤으로 얻었다.

이 농장의 김 대표는 “밭갈이와 거름 주기 등은 농장에서 맡아서 하고 회원들은 파종과 관리, 수확만 하면 돼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1992년부터 도시 내 텃밭 가꾸기(주말농장) 사업을 시작한 서울시는 내년부터 이 사업을 더욱 친환경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 7월 공포된 ‘친환경 농업육성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서울시는 내년부터 시가 지정한 주말농장에서는 농약 사용을 일절 금지한다. 그 대신 유기질 퇴비를 비롯한 친환경 재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또 무분별한 주말농장의 난립을 막기 위해 엄격한 심사제를 도입했다.

농협과 소비자 단체, 농민 대표 등으로 구성된 7명의 심사위원은 지난달 말 30여 개 주말농장의 신청을 받아 조만간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심사를 통과한 주말농장은 내년부터 ‘서울시 추천 우수농장’이라는 안내판을 달게 된다.

내년 서울시 추천 우수농장을 이용하고 싶은 사람은 서울시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agro.seoul.go.kr)에서 원하는 농장을 정해 연락하고 해당 농장주의 은행계좌로 회비를 납부하면 된다. 신청은 내년 2월 말부터 받을 예정이다.

비용은 계좌당 5만∼12만 원. 서울시농업기술센터(02-459-6754)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