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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뉴스

학교에서 농사지어요(2004년 5월 11일)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7. 13.
“우리는 학교에서 농사 지어요.”

경산시 하양읍의 하주초등학교 학생들은 부모와 함께 학교에서 고추·토마토·상추 등을 키운다. 학교측이 운동장 옆 황무지를 ‘체험학습 주말농장’으로 개간, 지난 달 원하는 학생 가족에게 무상으로 분양했기 때문이다.

150평 정도의 이 주말농장에는 방과후나 주말이면 자신의 밭을 돌보려는 어린이와 부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5~7평 단위로 분양된 밭에는 ‘농찾사농장’, ‘유희왕농장’, ‘맛있는농장’ 등의 농장 이름이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다. 어린이들이 지은 농장 이름 아래에는 분양받은 학생과 부모의 이름 외에 동아리 학생들의 이름도 함께 적혀 있다. 학교측이 3~6학년생은 모두 체험학습을 할 수 있도록 분양받은 학생을 중심으로 5명씩 동아리를 조직, 탐구관찰활동을 하고 일지를 쓰도록 한데 따른 것이다.

어린이들은 시간만 나면 자신들의 농장을 찾아 잡초를 뽑는 등 농사 일을 체험하고 농작물이 자라는 것을 관찰한다.

이 학교가 주말농장을 운영하겠다고 나선 것은 지난 3월 신동환 교장(52)이 부임하면서부터다. 신 교장은 학교 한 쪽에 빈 땅이 방치돼 있는 것을 보고 교감 등과 협의,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위한 주말농장으로 개간하기로 하고 팔을 걷어붙였다.

3월 중순부터 교장·교감·행정실장 등 비담임 교직원들이 주축이 돼 일과가 끝나면 매일 30분씩 우거진 잡초를 불태우고 돌덩이를 치우고 포크레인으로 막힌 수로를 뚫는 등 구슬땀을 흘렸다. 어머니회에서도 경운기와 트랙터를 동원해 개간을 도왔다. 이렇게 해서 만든 반듯한 농지를 희망하는 학생 가족 21가구에 분양하고 두 차례의 학부모 교육을 실시한 뒤 지난 달 24일 공동 파종을 했다.

3학년인 딸과 함께 열무·상추·고추·미나리·방울토마토 등을 심은 박옥임씨(37)는 “가까운 학교에 농장이 있어 가족 모두 수시로 들러 농작물을 가꾼다”며 “교육 효과는 물론 가족간 대화도 많아지고 채소 등을 가꾸는 재미가 커 생활의 활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슬기기자 skchoi@kyunghyang.com〉<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