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농장일기/농장일기(2011년 이전)

고추가 익어가고 있답니다.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8. 14.
2006년 7월 29일 ~ 30일

예년에 비해 유난히도 극성스러웠던 기나긴 장마가 물러간 끝자리.
지난 장마비로 인해 옥수수와 고추가 넘어지는 피해를 입은터라 잠시도 마음을 놓을수가 없었다.
넘어졌던 고추가 이번 비로 인해 다시 피해나 입지 않았는지, 옥수수는 괜찮은지.....

토요일 오전.
아직 장마가 채 물러서지 않았음인지 여운을 길게 드리운채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개울의 물은 한껏 불어났고 지난주에 아이들 물놀이를 위해서 물막이를 해둔 돌들은 빠른 물쌀을 버티지 못하고 하류로 떠내려가 버리고 없었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비가 그치고 구름사이로 언뜻언뜻 푸르른 하늘을 보여주었다.

넘어졌던 고추는 다른 고추에 비해 키가 작았지만 한포기도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참으로 모진것이 그 생명력인 듯 싶었다.
그뿐아니라 어느새 빨간 색을 띄우면서 아름다운 몸매를 자랑하듯 익어가고 있었다.
간혹 짙물러 떨어진놈 터지고 찢어진 놈 비실비실하는 놈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양호한듯 했다.
부산 여동생은
"저번주 보다 고추가 덜 달린것 같네?"
아마도 떨어져 없어진 놈들 때문에 숫자가 줄어든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러면 옥수수는?
노란 수염을 길게 드리우며 파란 겉껍질 속에서 한알 한알 익어가던 옥수수들이 비에 쓰러졌으니 온전할리 만무했다.
길 쪽으로 옥수수 밭을 조성해서 약 200 포기 이상 심었는데 쓰러진 이후 성장이 없는듯 영글지 않은채로 마냥 힘겹게 서 있기만 하였다.
아직 채 익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한자루 두자루 옥수수를 꺽어보았더니, 결과는 예상보다 더 엉망이었다.
200 포기에서 50 자루 조금 못 되게 수확했으니... ㅠㅠ
옥수수를 실컷 먹고자 했던 부푼 마음이 그냥 허공으로 붕~~ 날라버렸다.
이제는 나중에 심었던 옥수수에 기대해야 될 듯 싶다.

지난주 수확했던 물 수박.
그 기억이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수박을 두드려보니
"아직 안 익었소~~" 하면서 대답한다.
그래도 맛은 봐야 안 되겠는감..
한놈을 수확해서 잘랐더니 빨간 속을 내비치며 군침을 돌게 했다.
'우와~~~~ 얼마나 맛있을고?'
한 입을 베어 문 순간 얼굴에서는 실망의 빛이 감돌고.. ㅠㅠ
이놈도 장마로 인해 당도를 못 올렸나 보다.
수박은 속을 볼 수 없으니...... ㅡ.ㅡ

약간의 장마비 피해가 있었지만 다른 작물들은 가을의 풍요로움을 위해 잘 크고 있었다.
땅콩, 참깨, 고구마, 토마토, 그리고 늦게 심었던 옥수수 등....

무더운 여름날이 지나고 나면 선선한 바람과 함께 수확의 계절이 다가 올 것이다.
풍요로운 수확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