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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뉴스

땅/이용 못하면 인연을 맺지 말아라(2003년 9월 25일)

by 늙은여우한마리 2011. 7. 13.
서울 송파구에 사는 정민수씨(48ㆍ교사)는 퇴직 후 자연휴양림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그는 마땅한 땅을 찾기 위해 2년동안 주말마다 다리품을 팔았다. 수도권과 접한 충청ㆍ강원도 지역은 안가 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최근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유현리 수구대부락 초입의 보전임지 9만평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매도자가 제시한 가격은 평당 5천원. 평당 4천원 정도의 땅을 매입하길 원했던 정씨는 최종 결정 전 이땅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이 땅은 골짜기가 깊고 경관이 수려한 편이다. 근처에 한솔 오크밸리가 자리잡고 있고 6번 국도와 중앙도속도로 접근성도 뛰어나다. 횡성이라는 곳에 가장 적합한 개발상품도 자연휴양림이나 휴양도시라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이땅은 이용할 수 없는 땅이어서 평당 1천원 정도의 가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우선 경사도가 높아 전체 9만평 중 활용할 수 있는 땅은 적었다. 7부 능선까지는 60도 이상의 급경사지여서 쓸모가 없다. 또 7부 능선 이상은 완만해 주택건립이 가능하지만 도로개설 비용으로 수천만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뿐만 아니라 이땅의 경사도가 너무 심해 보전임지 훼손허가도 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됐다. 산림법 개정으로 보전임지의 활용은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다.

이런 이유 때문에 주변의 보전임지 가격은 입지에 따라 평당 3천∼1만원선을 형성하고 있지만 이 땅은 1천
원 정도로 평가됐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산림법' 등이 바뀌면서 무분별한 개발이 억제되고 있다.개발할 수 없는 땅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토지시장에서는 개발가능한 땅과 그렇지 못한 땅의 가격 차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그린하우스 21의 진명기 대표는 "현재 토지가격을 보면 외환위기 이전 가격을 회복한 곳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더 많다"며 "이용할 수 없는 땅과 잘못 결혼했다가는 평생을 두고 후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경 조성근 기자>